8개국 정상 특별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주최한 ‘정상 특별만찬’에서 8개국 정상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대통령,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지금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훈장을 수여했다. 미국 대통령이 무궁화 대훈장을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훈장 서훈에 이어 도금으로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며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며 “한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는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라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백악관 박물관 맨 앞줄에 전시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F-16 호위 속 극진 예우 받은 트럼프
이날 오전 일본을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계획보다 50분가량 늦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F-16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상공에 들어왔다.
평소 자주 착용하는 빨간색 넥타이 대신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에어포스원 밖으로 나서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즐겨 착용한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영접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카펫을 따라 도열해 있던 강경화 주미 대사,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 ‘머린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군 의장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유세곡인 ‘YMCA’를 연주했다.
머린원을 타고 경주에 도착해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로 갈아탄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을 마친 뒤 공식 국빈 환영식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더 비스트’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이 대통령의 어깨를 툭 친 뒤 악수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취타대의 호위 속에 환영식이 열린 천년미소관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명록에 ‘와우, 훌륭한 회담을 위한 아름다운 시작이었다’(Wow! Such a beautiful opening to a great meeting)고 적었다. 두 정상은 마가(MAGA) 모자와 사진집, 성경, 멜라니아 향수 등 이른바 ‘트럼프 굿즈’ 전시를 둘러보며 환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 촬영 등을 마치고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양국 핵심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관세 협상을 담당하는 참모들을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악수하며 팔을 한 번 툭 치기도 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는 귓속말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크게 웃으며 인사했다.
● 천마총 금관 받은 트럼프 “아무 때나 연락하라”
이날 국빈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무궁화 대훈장 수여식이었다. 무궁화 대훈장은 국가 안전 보장에 기여한 우방국 원수에게 예외적으로 수여되는 훈장이다. 최고 등급의 훈장인 만큼 금 190돈(712.5g), 은 110돈(412.5g)에 루비, 자수정, 칠보 등이 사용된다. 제작비 중 금값만 약 1억3000만 원(29일 기준)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천마총 금관 모양의 금관도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경주를 국빈으로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 처음으로 평화를 가져온 신라의 정신과 함께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이 금관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다”며 “정말 특별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말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다시 백악관에 초청한다는 의사를 표했고, 이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를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담이 끝난 뒤 ‘정상 특별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성공적 회담을 가졌다”며 “금관도 탁월한 예술 작품이었고 미국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주는 무궁화 대훈장의 영예를 누렸다. 이번 여행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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