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출신 헤그세스, 언론에 불만
펜타곤 기자협 “출입증 반납” 반발
WP, NYT 등 주요매체 “서명 불가”
미국 국방부의 ‘보도 전 사전승인’ 서약 요구에 대해 보수 매체를 비롯한 미 언론들이 일제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미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표하는 펜타곤 기자협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의 서약 요구는 “자유언론을 옥죄려는 의도”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다수 회원들은 국방부 직원의 발언을 억압하고, 사전 승인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려는 기자에게 보복할 수 있는 정책을 인정하느니 출입증을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국방부는 승인받지 않은 기밀이나, 기밀이 아니어도 통제된 정보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출입 기자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14일 오후 5시까지 서명하지 않는 언론은 만 24시간 안에 출입증을 반납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AP통신, CNN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국방부의 서약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맷 머리 WP 편집국장은 “서명 요구는 정보 수집과 출판에 관해 불필요한 제약을 가함으로써 미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국방부 서약서에 서명한 언론사는 우익 방송매체인 ‘원 아메리카 뉴스’ 한 곳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주요 언론들의 이념 편향에 불만을 표시하며, 적대적 태도를 보여 왔다. 취임 직후인 올 2월 NBC뉴스, NYT 등의 국방부 내 취재 공간을 회수한 뒤 친정부 성향 매체들에 내줬다. 주요 언론사 간부들이 재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WP 등 다른 유력 언론사들의 취재 공간도 없앴다. 또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구역도 대폭 축소했다.
13일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국방부 출입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자신의 정책을 옹호했다. 또 WP 등 주요 언론사의 서약 반대 성명을 공유한 뒤 손을 흔들어 작별하는 이모지를 게시해 조롱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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