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자 엡스타인, 전세계 유명인들과 교류”

  • 뉴시스(신문)

NYT, 맨해튼 저택 내부 사진들 분석 보도
각국 정상들, 교황, 재벌, 가수, 영화감독,
언어학자, 물리학자…

ⓒ뉴시스
미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각)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호화 주택 내부를 담은 사진들을 통해 그가 전 세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기사를 실었다. NYT는 사진을 제공한 사람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NYT는 2019년 엡스타인이 연방 교도소에서 자살한 뒤에도 어떻게 억만장자가 됐는지,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가 성범죄자로 확정된 뒤에도 왜 계속 교류했는지 등 그의 삶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 백악관이 엡스타인과 그의 지인들에 대한 연방 수사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철회하자 트럼프 지지 세력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트럼프가 궁지에 몰렸다고 강조했다.

NYT는 엡스타인이 말년을 보낸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궁전 같은 7층짜리 1951 평방m 저택을 찾았던 사람들이 2016년 1월 엡스타인 63회 생일을 맞아 보낸 편지들을 공개했다.

이들은 엡스타인이 저택에서 정기적으로 열었던 저녁 모임을 회상했다.

◆생일 축하 편지 “사람을 수집하는 자” 칭송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부인은 손님들이 다양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당신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당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덮인 책 같지만 당신은 모든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썼다. 이어 엡스타인을 “사람을 수집하는 자”라고 칭송하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그리고 우리 친구들 모두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당신의 식탁에서 함께하길 바란다”고 썼다.

언론인 출신 부동산 재벌 모티머 주커먼은 엡스타인 저택에 맞는 식재료를 제안했다. 간단한 샐러드와 “제프리의 성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다른 모든 식재료들이라고 썼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저녁 모임이 그에게 드라큘라의 성을 떠올리게 했다면 “루고시(영화에서 드라큘라역을 연기한 헝가리 배우)가 세 명의 젊은 여성 뱀파이어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라고 썼다.

그밖에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및 부인, 이토 조이치 MIT대 및 NYT 이사,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 등도 편지를 썼다.

모두가 논평을 거절했지만 크라우스 박사는 편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엡스타인 집에서 여러 번 점심 식사를 하며 과학자, 작가 등과 즐거운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NYT는 엡스타인의 동료이자 성매매 혐의로 20년 형을 받고 수감돼 있는 기슐레인 맥스웰이 여러 해 동안 맨해튼의 엡스타인 저택에 상주했다고 밝혔다.

NYT는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엡스타인이 맥스웰과 관계를 끊었다면서 저택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와 당시 여자 친구 멜라니아 크나우스(현 영부인)와 엡스타인, 맥스웰이 2010년에 함께 찍은 사진에 맥스웰의 모습이 잘려 있다고 전했다.

마가(MAGA) 운동의 주요 인물로 트럼프의 전 고문 스티븐 배넌도 엡스타인의 저택을 찾았다. 2019년 이곳에서 몇 시간에 걸쳐 엡스타인과 인터뷰를 촬영했다고 배넌이 밝혔다. 당시 엡스타인이 찍은 셀카 사진 등 배넌의 사진이 최소 2개의 방에 액자로 걸려 있다고 NYT가 전했다.

◆성매매 혐의 복역 뒤에도 유력인사들과 교류 지속

NYT는 엡스타인이 2009년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13개월을 복역한 뒤 맨해튼 저택에 은신하면서 지식인, 과학자, 금융인과 교류했다면서 이들이 엡스타인을 재밌고,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로 여긴 것은 물론 저택에 상주하며 비서로 일한 젊은 매력적 여성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점도 엡스타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엡스타인은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연예인, 학자, 정치인, 사업가들을 접대했다.

가끔 마술사가 공연하기도 했고 칠판을 가져다 수학공식과 도표를 그리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가 사인한 지도를 엡스타인이 칠판에 그려 두기도 했다.

한 장식 선반에는 엡스타인이 세계적 유명 인사들과 인맥이 있음을 과시하는 사진 액자들이 가득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후에 하버드대 총장 역임),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인맥 과시 사진들 전시

또 빌 게이츠가 내기에서 져 “내가 틀렸다”고 쓴 1달러 지폐도 액자에 담겨 있다.

2층에 있는 엡스타인 사무실에는 1955년 출간된 소설 ‘롤리타’의 초판 녹색 표지가 전시돼 있다. 12살 소녀에 집착하며 반복적으로 성폭행한 지식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사무실 선반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3층은 침실, 악명 높은 마사지실, 여러 개의 욕실이 있는 장소다. 침대 위 구석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이 사진에 보인다.

마사지실 사진에는 벌거벗은 여성 그림들, 커다란 은색 쇠공과 족쇄, 윤활제가 진열된 선반이 보인다.

엡스타인은 이곳에서 벌거벗은 채 10대 소녀들이 마사지하게 했다. 이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성폭행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2016년 엡스타인이 성범죄자라는 평판이 확산하면서 그의 인맥이 줄어들었고 3년 뒤 엡스타인은 기소돼 수감된 구치소에서 숨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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