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드러낸 99분 ‘최장 의회연설’
트럼프 “첫달 역대급 성과” 민주 조롱… 野의원 “자격 없다” 벌떡 일어나 고함
여성의원들 항의 표시 분홍색 의상
머스크, 복장논란 의식 정장 입어
트럼프에 고함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의회 연설을 가진 4일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가운데 지팡이 든 사람)이 연설 도중 소리를 지르며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가장 당파적이고 가장 통합과 거리가 먼 연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43일 만인 4일 워싱턴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서 역대 최장 시간인 99분간 연설했다. 그가 그간의 성과를 “역대급”이라고 자찬하고 조 바이든 전 행정부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자 CNN은 이렇게 질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적인 낙관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우울한 절망을 전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은 분열된 미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고 ‘왕이 아니다(No King)’ ‘거짓(False)’ 같은 팻말을 들어 그가 전제 군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 의원들과는 거의 악수를 하지 않았고 집권 1기 때부터 악연을 이어 온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는 혈통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 트럼프 연설 시작 5분 만에 야유
“정상 아니다” 팻말 멜러니 스탠즈버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입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옆에서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This is not normal)’라는 팻말을 들었다. 워싱턴=AP 뉴시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취임 첫 달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 2등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설 시작 5분 만에 지난해 11월 대선의 압승을 거론하며 “우리가 경합주를 싹쓸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은 벌떡 일어나 “당신은 자격이 없다(No mandate)”고 외치며 대통령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공화당 의원들은 “USA(미국)”를 연호하며 맞섰고 그린 의원 또한 대통령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결국 의회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주요 인사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아메리칸 원주민 혈통을 가진 워런 의원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원주민 여주인공 ‘포카혼타스’에 빗대 “포카혼타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 더 이어지기를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은 이날 ‘손팻말 항의’로 맞섰다. 멜러니 스탠즈버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입장할 때 바로 옆에서 “정상이 아니다(This is not normal)”라는 팻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월권을 행사한다는 뜻으로 “머스크가 훔쳤다(Musk Steals)”란 팻말도 등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등 상당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분홍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폭력, 가정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위한 연방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연설 도중에 퇴장한 의원도 있었고 방청석에 앉은 일부 민주당원은 등에 ‘저항(Resist)’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대통령을 향해 등을 돌렸다.
● 공화당은 대통령 적극 두둔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적극 두둔했다.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전부 맞았다(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와 “45―47”(45, 47대 대통령을 의미)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머스크는 이날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그는 그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티셔츠에 모자 차림을 고수했지만 이날은 격식을 차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에 왔을 때 그가 정장을 입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머스크도 정장을 입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랜스젠더 선수가 날린 초강력 스파이크에 맞아 뇌 손상을 입고 배구선수의 꿈을 접은 여성과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12세 소녀의 어머니 등을 초청해 소개하며 자신의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데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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