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09년생 이하 평생 담배 금지법’ 하원 통과… “개인의 자유 침해”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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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2009년 출생자가 18세 성인이 되는 2027년부터 이들은 물론 그 이후 출생자들이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영국을 단계적으로 ‘비흡연 사회’로 만들겠다는 리시 수낵 정부의 구상에 대해 집권 보수당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나와 최종 관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국 하원은 16일 ‘담배와 전자담배 법안’에 관한 1차 표결에서 전체 650석 중 찬성 383표, 반대 67표로 해당 법안을 심사의 다음 단계로 넘겼다. 법안은 2009년 1월 1일 출생자와 그 이후 세대에게 평생 담배 및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재 담배를 살 수 있는 성인 흡연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영국에서는 매년 8만 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 관련 보건·사회 서비스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연 30억 파운드(약 5조1000억 원)다. 수낵 정권은 “이 법안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보수당 내에서도 “과도한 흡연 규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이날 “국민들은 무엇을 즐길지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며 “‘경찰국가’를 넘어선 ‘유모국가(nanny state)’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기의 행동에 일일이 개입하는 유모처럼 국가가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려 든다는 의미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시가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배출한 보수당이 담배를 금지하려 한다니 미친 일”이라고 가세했다.

실제 이날 표결에서도 보수당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63명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 법안이 하원의 최종 표결이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수낵 정권은 이에 평생 담배를 구입할 수 없는 연령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법은 원래 2022년 뉴질랜드가 먼저 추진했다. 당시 뉴질랜드는 2008년 이후 출생자의 흡연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출범한 우파 성향의 크리스토퍼 럭슨 정권이 법안을 폐기해 시행되지 못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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