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가 야당 노동당 텃밭인 잉글랜드 북부 맨체스터에서 수도 런던으로 직행하는 고속철도 건설 방침을 백지화했다. 표를 잃을 수 있음에도 막대한 추가 비용을 초래하는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철회한 것이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기조연설에서 “(사업 비용 증가로) 현실이 바뀌었을 때 (해야 할) 올바른 일은 방향을 바꾸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며 차세대 고속철도 사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신 전국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에 360억 파운드(약 59조 원)를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2010년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보수당이 고속철도 신설을 발표한 이후 사업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전 총리들은 사업 추진을 고수했다. 산업혁명 이래 철광과 탄광산업 중심지였던 맨체스터를 비롯해 잉글랜드 북부는 노동당 지지세가 강하다. 보수당 의석을 늘리려면 대규모 SOC 공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낵 총리도 집권 후 첫 전당대회를 맨체스터에서 열고선 정작 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현재 전국 정당 지지율에서 노동당에 밀리고 있는 보수당으로서는 유권자를 잃을 수 있는 모험이다.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수낵 총리가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영국을 재건할 변화의 주체로 자신을 내세우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슬로건도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결정(Long-term decisions for a brighter future)’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수낵 총리가 기술 관료 이미지를 벗고 대중적 감각을 지닌 혁신자로 보이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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