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前시장 “기시다, 핵 억지에 히로시마 이용 말라”

  • 뉴시스
  • 입력 2023년 5월 22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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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96) 전 히로시마 시장이 핵 억지력을 강조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의 행보가 1945년 핵무기 ‘리틀보이’의 피해를 본 히로시마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22일(한국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라오카 전 시장은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두고 “기시다 총리가 히로시마의 소원을 짓밟는 정상회의였던 것 같다”고 혹평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 등 미국의 핵우산에 속한 국가는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와 함께 히로시마에 모여 핵 군축과 비확산 등 군사적 측면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핵무기가 인간에게 끼친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핵무기를 부인하고 평화 구축에 대해 논의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9일 합의된 ‘히로시마 비전’은 핵 억지력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2차 세계대전 종전 뒤 꾸준히 핵무기와 전쟁을 부인해 온 히로시마가 그 무대로 활용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핵 확산금지조약(NPT)에 참여한 국가와 지역은 히로시마가 핵무기를 허용했다고 믿고 있다”며 “이제부터 히로시마는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발언권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잘못이 매우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핵무기를 부인하고 평화를 호소해 온 히로시마를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두고도 평화 체제 모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회의에 초대됐다. 이는 매우 정치적인 행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서방의 연대를 과시하고 싶은 목적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히로시마에서 논의되려면 휴전과 전후 재건이 조속히 논의됐어야 했다” “단순히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은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히라오카 전 시장은 1991~1999년 8년 동안 31~32대 히로시마 시장을 역임했다. 그는 재임 중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1999년 공원 경내로 이설하는 데 힘썼다.

한편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최초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해 이목을 끌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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