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 감청’ 기밀문서 100여건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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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감청 기밀문건 유출]
NYT “우크라 제공 무기-러 첩보 등 정보기관 작성 문건 SNS로 유출”
우크라 관련 韓정부 논의도 포함돼… 美국방부, FBI-법무부에 수사 의뢰

AP/뉴시스
AP/뉴시스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 동향을 감청해 온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기 지원을 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 내 논의를 감청하는 등 동맹국 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해 ‘동맹 결속’을 강조해 온 상황에서 동맹국 감청이 사실로 확인되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이 생산한 기밀문서 100여 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군 무기 기밀 정보와 러시아의 작전 계획 등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첩보와 함께, 동맹국 동향이 담긴 중앙정보국(CIA) 일일정보보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 최소 2건의 문건에는 미국 측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감청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중 한 문건에는 당국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할 것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NYT는 “(해당 문건은) 이 정보가 전화와 메시지 등 통신 감청을 뜻하는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해당 사안을 잘 살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 방미를 앞두고 신중한 분위기다.

문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개편 반대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 등 미국 동맹국의 민감한 첩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북한의 핵 개발 최신 정보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 결과, 중국의 주요 군사기지 정보가 담긴 문건도 유출됐다.

미 국방부는 7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문건은 국방부 장관 등 미군 지도부에 보고된 문건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로 외교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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