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글로벌 CEO 100명 모아놓고 “공급망 단절 안돼” 美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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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발전포럼 3년만에 대면 개최

2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열린 첫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인 이 포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의 개방 전략을 확고히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열린 첫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인 이 포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의 개방 전략을 확고히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헤지펀드 창업자 등 세계적 기업인 100여 명을 모아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을 개막했다.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리창(李强) 신임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친강(秦剛) 외교부장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의 지도부 또한 대거 참석한다.

시 주석은 26일 축전에서 “세계에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각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당부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 수뇌부 또한 “산업망·공급망 단절을 강행하면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28∼31일 남부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도 개최한다.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의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그사이에 낀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美 디커플링, 세계와 척지는 것”

25일 연설자로 나선 한원슈(韓文秀)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내내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경제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와 척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중국에 계속 투자하라는 취지다.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부주임은 “중국에는 명확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며 올해 ‘5%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친 부장도 가세했다. 그는 “미중 관계의 꽃샘추위가 매섭다. 미국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에 최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2000년 창설된 이 포럼은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한 후 처음으로 세계적 대기업의 경영자와 중국 수뇌부가 만나는 자리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멘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등의 경영진, 중국 국유 기업 및 금융기관 책임자, 유명 학자 등도 참석했다.

● 쿡 “中과 공생”…이재용은 날씨만 언급

참석한 기업인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쿡 CEO는 공개 연설에서 “애플과 중국은 서로 이익이 되는 공생 관계”라며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애플의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 날씨가 좋다”는 말만 남겼다.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아오포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각국 경제인이 참여하고 특히 리 총리가 직접 개막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한 30, 31일 중국을 찾아 이 포럼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발전포럼#글로벌 ceo#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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