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를 만든 이 곳, 세계 정치 중심이 되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4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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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백악관 투어
TV에 가장 많이 나오는 대통령 집무실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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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아름답게 장식된 백악관을 소개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아름답게 장식된 백악관을 소개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Once in a Lifetime Tour”
(평생 단 한번뿐인 투어)

미국 백악관이 아름답게 장식됐습니다. 최근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는 자원봉사자 150여명과 함께 백악관 곳곳을 연말연시 축제 무드로 꾸몄습니다. 질 여사는 “많은 국민들과 아름답게 장식된 백악관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구경하고 싶어 하는 백악관의 주소입니다. 워싱턴 관광 책자들마다 백악관 구경을 “일생 단 한번의 투어”라고 소개합니다. 지금과 같은 연초 시즌에는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백악관은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지금이 가장 활기를 띕니다.

백악관에는 미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132개의 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백악관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살벌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신청 절차도 복잡합니다. 희망자는 적어도 3개월 전까지 신청을 마쳐야 합니다. 신청은 백악관이 아닌 지역구 의원실에 해야 합니다. 운 좋게 당첨되면 백악관 이스트윙의 불루룸, 레드룸, 그린룸, 국빈만찬룸 등 4개 방과 로즈가든 일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스트윙은 백악관의 접대용 방들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힘들게 입장했으니 느긋하게 즐기고 싶겠지만 안 됩니다. 시간제한 때문에 45분 안에 후딱 보고 나와야 합니다. 업무동에 해당하는 웨스트윙은 아예 투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백악관에는 모두가 가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방 4개가 입니다. 백악관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드라마 뉴스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들입니다. 모두 웨스트윙에 있어 일반인 접근 금지 구역입니다. 이번 기회에 편안하게 백악관 4대 룸을 구경해 보겠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학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존 F 케네디 도서관 홈페이지
쿠바 미사일 위기 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학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존 F 케네디 도서관 홈페이지
“Our goal is not the victory of might but the vindication of right.”
(우리의 목표는 무력의 승리가 아니라 옳다는 입증이다)

백악관의 가장 유명한 방은 대통령 집무실입니다. 육각형으로 생겨 ‘Oval Office’(오벌 오피스)라고 불립니다. 이곳에서 미국의 역사가 만들어졌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곳에서 인류 최초로 달에 간 아폴로 11호 우주인들과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과 머리를 맞대고 공산주의 몰락의 계기가 된 군축협상을 타결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백악관에는 정해진 대통령 집무실이 없었습니다. 대통령들은 많은 방들 중에서 골라서 사무실로 사용했습니다. 고정 집무실을 만들기로 한 것은 1909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입니다. 네이선 와이어스라는 건축가가 내놓은 육각형 디자인이 선정됐습니다. 와이어스는 워싱턴의 의회 상하원 건물, 키 브리지 등을 디자인한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와이어스는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육각형 디자인을 택했습니다.

집무실이 주목받게 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입니다. 그는 집무실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을 다시 옮겨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쓰였던 결단의 책상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공사 때문에 뒷방으로 옮겨가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유서 깊은 책상이 다시 집무실로 돌아오자 뉴욕타임스가 1면 머리기사로 실을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집무실은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Address to the Nation)을 하는 장소입니다. 백악관에는 이스트룸, 블루룸, 크로스홀 등 연설을 할만한 장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가 비상사태 때는 대통령이 이동하지 않고 집무실에서 직접 연설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 연설은 가장 성공적인 집무실 연설로 꼽힙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는 핵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는 소련 선박을 둘러쌓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간 사건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소련에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는 강경책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한 케네디 대통령은 선박 봉쇄라는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연설을 위해 평소보다 집무실 조명은 어둡게 조정됐습니다. 전쟁의 위기감 속에서 어두침침한 집무실을 배경으로 대통령이 차분하게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자 연설 효과는 극대화됐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력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세계가 옳다는 입증이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호소력 있는 연설이 소련의 후퇴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자 이후 대통령들은 큰 사건이 터지면 어디 가지 않고 집무실에서 연설을 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닉슨 대통령 사임 연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챌린저호 폭발 위로 연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9·11 테러 대국민 연설 등이 집무실에서 열렸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백악관 캐비닛룸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위키피디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백악관 캐비닛룸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위키피디아
“All roads lead to Putin.”
(모든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

‘Cabinet Room’(캐비닛룸)은 대통령이 내각 장관들과 회의를 하는 방입니다. ‘캐비닛’은 ‘보관장’이라는 뜻과 함께 ‘자문관들이 모이는 방’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내각’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습니다. 미국은 15명의 장관과 9명의 장관급 부처장이 내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내각 회의에는 대통령, 부통령, 장관 등 총26명이 참석합니다.

타원형의 마호가니 테이블을 둘러쌓고 모여 앉습니다. 대통령 의자가 장관 의자보다 살짝(5cm) 높게 배치돼 있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가운데 마주보고 앉습니다. 장관들의 좌석 배치는 부서 설립연도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통령 오른쪽으로 서열 1위 국무장관이 앉습니다. 부통령 오른쪽으로 서열 2위 재무장관 자리입니다. 세 번째인 국방장관은 대통령 왼쪽, 넷째인 법무장관은 부통령 왼쪽입니다. 이들 6명이 행정부의 ‘톱 식스’를 이룹니다.

캐비닛룸은 장관뿐 아니라 의원들을 만날 때도 사용됩니다. 이 방에서 소란이 일었던 사건은 2020년 낸시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탈레반 반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트럼프 행정부가 알면서도 의회와 공유하지 않은 것에 발끈한 펠로시 의장은 캐비닛룸에 따지러 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에게 모든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면서 돈독한 친분을 비꼬았습니다. “all roads lead to Rome”(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명언을 비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흥분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Unhinged Nancy”(이성을 잃은 낸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hinge’(힌지)는 문짝이나 창문을 고정시키는 ‘경첩’을 말합니다. ‘unhinged’는 ‘경첩이 달리지 않은,’ 즉 ‘제멋대로 나댄다’는 뜻입니다.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질문하기 위해 기자들이 손을 든 모습.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기자들은 서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백악관 홈페이지
“Thank you, Mr. President. we Press Secretaries don’t hear that very often.”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우리 대변인들은 감사하다는 소리를 별로 못 듣죠)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고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곳은 ‘Press Briefing Room’(언론 브리핑룸)입니다. 여기자 헬렌 토머스가 맨 앞줄에 앉아 역대 대통령 10명을 상대로 송곳 같은 질문을 퍼부은 곳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살균제 주입”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가 기자들로부터 조롱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원래 수영장이었습니다. 기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 ‘press pool’(풀기지단), ‘pool report’(풀기사) 등에서 ‘pool’은 이곳이 수영장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소아마비를 앓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치료 목적으로 백악관 안에 실내 풀장을 만들었습니다. 1969년 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수영장을 덮어 브리핑룸으로 개조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브리핑룸은 커 보이지만 가로 9m X 세로 22m의 작은 방입니다. 7줄 7열 49석이 비좁게 붙어있습니다. 좌석 배치는 행정부 때마다 바뀝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AP, CNN 등 통신사와 방송사가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신문사는 둘째 줄입니다. 브리핑룸은 작지만 ‘전략적 요충지’로 통합니다.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의 동선이 노출되는 곳은 가장 접근하기 힘든 곳입니다. 브리핑룸은 집무실, 로즈가든과 일직선상에 자리 잡고 있어 대통령 동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식 명칭은 ‘제임스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 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습 사건 때 총격을 입은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2000년 브래디 대변인은 사건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념식 참석을 위해 브리핑룸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총격 후유증 때문에 어눌한 말투였지만 유머 넘치는 연설로 기자들을 웃겼습니다. 브리핑룸의 안주인인 대변인의 처량한 신세를 말해주는 농담입니다. 대변인이 아무리 잘해도 기자들은 냉소적이어서 칭찬에 인색하다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백악관 시츄에이션룸에서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 백악관 홈페이지
‘Situation Room’은 웨스트윙 지하에 있는 국가안보 상황실입니다. 실제로는 여러 개의 방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Situation Room Complex’(시츄에이션룸 단지)입니다. 방들마다 각종 첨단 통신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시간 통신을 주고받으며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한다고 해서 ‘War Room’으로도 불립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제거를 위한 ‘피그만 침공사건’이 실패한 후 시츄에이션룸을 만들었습니다. 작전 실패 이유가 실시간 정보 부족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시츄에이션룸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당국자들은 시츄에이션룸 부속실에서 파키스탄 현지에서 벌어지는 제거 작전을 위성 영상으로 지켜봤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들보다 조금 늦게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가운데에서 위성 화면을 작동하던 브래드 웹 준장은 대통령이 입장하자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No no no, you stay where you are.”
(아니다, 당신은 거기 그대로 있어라)

시츄에이션룸에서 나온 최고의 명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석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던 웹 준장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no”를 세 차례 연발했습니다. stay where you are”는 “네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어라”는 뜻입니다. “don’t move”(움직이지 말라)와 같은 뜻이지만 더 예의를 갖춘 화법입니다. 권위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명하게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미국 언론들은 극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접이식 의자를 끌어와 웹 준장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을 ‘folding chair leadership’(접이식 의자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실전 보케 360
지미 카터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전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바라 월터스. 더 카터 센터 홈페이지
지미 카터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전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바라 월터스. 더 카터 센터 홈페이지
미국의 유명 여성 앵커 바바라 월터스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월터스는 뉴스 진행도 잘 했지만 그녀의 진가가 드러난 곳은 인터뷰였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스타일은 특이했습니다. 다른 인터뷰들이 주로 대통령의 정책이나 결정사항에 초점을 맞췄다면 월터스는 소소한 개인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월터스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을 인터뷰할 때 “부인 로절린 여사와 어떤 침대에서 자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더블베드에서 잔다”고 답했습니다. 더블베드는 2인용이기는 하지만 미국 부부들이 많이 쓰는 퀸 사이즈 침대보다 작습니다. 이 질문은 “국민이 대통령 잠자리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월터스는 대통령의 정책은 결과물이고, 그런 결정을 하도록 만든 요인을 알려면 취침습관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You have to find out what makes someone tick.”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tick’은 시계가 재깍거리며 가는 소리를 말합니다. make tick’은 ‘가도록 만들다,’ 즉 ‘동기를 유발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I want to know what makes him tick”은 “나는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유발해야 합니다. “how to make employees tick”에 대해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이사 현장에 관한 내용입니다. 백악관은 권력의 정점이지만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이사 전쟁’은 일반 가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이삿짐이 빠지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이삿짐이 실려 옵니다.

▶2021년 1월 25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25/105089259/1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 이삿짐을 실어 나르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대통령을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일반인들과 똑같은 점도 있습니다. ‘공포의 이삿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삿날에는 누구나 정신이 없습니다. 백악관 이사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It‘s a mad dash.”
(미친 질주 같다)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백악관의 규칙입니다. 선서가 끝나자마자 직원들은 재빠르게 이삿짐을 백악관 안으로 옮겨놓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대통령이 취임식 퍼레이드를 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기까지 3,4시간동안 대략 이사를 마칩니다. 그런데 올해는 팬데믹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바이든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원들은 그동안 이삿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이사 과정을 “mad dash”(미친 질주)라고 표현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상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

“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
(바이든 가족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백악관에 수없이 많이 와봤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은 바이든 대통령 가족이 백악관에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장소를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수천 번도 더 가봤다”고 합니다. “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합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
(언제 또 보자)

미국인들은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을 좋아합니다.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손으로 덮은 뒤 “head”(앞면) “tail”(뒷면)을 맞히는 게임입니다. 맞힐 확률은 ‘fifty-fifty chance’(50 대 50), 즉 절반입니다, 미국인들이 작별 인사로 많이 쓰는 “see you on the flip side”는 “우리가 다시 만날 확률이 절반 정도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또 보자”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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