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불륜이 들통났던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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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새해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미국 대통령들의 분주한 새해맞이
바람 피우고 새해 맞은 대통령은 누구?

2023년을 맞은 미국 뉴욕. 뉴욕시 홈페이지
2023년을 맞은 미국 뉴욕. 뉴욕시 홈페이지
“There’s no quit in America. No matter how tough the challenge, how high the obstacles, we always overcome.
(미국에게 포기란 없다. 도전이 얼마나 거세더라도, 장애물이 얼마나 높더라도 우리는 이겨낸다)
 
2023년을 맞아 새해 목표를 세웁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발표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 메시지에서 ‘no quit’을 강조했습니다. 팬데믹이 꺾이고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같은 ‘중단’이라는 뜻이지만 이런 때는 ‘stop’이 아니라 ‘quit’을 씁니다. ‘stop’은 ‘잠시 멈춤’의 뜻이고, ‘quit’은 중단 후의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해를 델라웨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맞았습니다. 대통령들이 새해를 맞는 방법은 각양각색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집에서 조용하게 맞기도 하고, 떠들썩하게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는 것도 잊고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 대통령도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새해맞이를 알아봤습니다.

노예해방 선언문을 만들어 내각 장관들 앞에서 읽고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왼쪽 세 번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걸려 있는 유명한 그림이다. 미국 의사당 홈페이지
“All persons held as slaves within the rebellious states are, and henceforward shall be free.”
(저항하는 주에서 노예로 잡혀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유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 역사적인 ‘노예해방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Emancipation Proclamation’(이맨시페이션 프라클러메이션)이라고 부릅니다. 719개 단어로 이뤄진 노예해방 선언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전문이 실릴 정도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henceforward’는 ‘지금부터’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henceforth’와 같은 뜻입니다. 두 단어 모두 공식 문서에서나 볼 수 있고 일상대화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사어(死語)에 가깝습니다. 요즘 미국인들은 ‘from now on’을 즐겨 씁니다.
 
1863년은 남북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던 해였습니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자 링컨 대통령은 연방 정부에 ‘저항하는 남부연합 주의 노예들에 대한 해방 선포를 서둘렀습니다. 1월 1일을 선언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1월 1일은 노예를 사고파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이 되면 흑인 노예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경매에 끌려 나갔습니다. 가족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래서 1월 1일은 ‘Heartbreak Day’(상심의 날)로 불렸습니다. 노예해방 선언일은 상심의 날 종료일이기도 합니다.

이란 팔레비 국왕이 베푼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는 지미 카터 대통령(왼쪽 세 번째). 위키피디아
이란 팔레비 국왕이 베푼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는 지미 카터 대통령(왼쪽 세 번째). 위키피디아
“Iran is an island of stability in one of the more troubled areas of the world.”
(이란은 혼란스러운 지역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섬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도 열심히 일하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그는 아예 국내에 없었습니다. 6개국 순방길에 나선 그는 1977년 1월 1일을 이란에서 맞았습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 국왕이 베푼 만찬에서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건배사에서 “당신의 위대한 리더십과 이란 국민들이 당신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을 담은 축배”라고 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란을 “island of stability”(안정의 섬)라고 했습니다. 이란은 섬나라가 아니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근 지역과 달리 안정된 정치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island’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island of stability speech’(안정의 섬 연설)은 미국의 중동 외교사에서 중요한 연설에 꼽힙니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책 실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당시 팔레비 국왕은 부패와 사치로 민심을 잃은 상태였지만 카터 대통령은 오일외교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극도의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1년 후 팔레비 국왕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반체제 시위에 밀려 해외 망명길에 오르면서 ‘안정의 섬 연설’은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암 치료를 위해 미국 입국을 요청한 팔레비 국왕을 받아줬다가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결국 이 때문에 재선에도 실패했습니다.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후 백악관을 걸으며 가족애를 과시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 가족. 위키피디아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후 백악관을 걸으며 가족애를 과시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 가족. 위키피디아
“Slick Willie.”
(뺀질이 윌리)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6년 새해를 가족과 함께 맞았습니다. 1995년 섣달 그믐날 부인 힐러리 여사, 딸 첼시를 데리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명 휴양지 ‘르네상스 위켄드’를 방문했습니다. ‘르네상스 위켄드’는 정재계 거물들이 다양한 정책 이슈를 토론하는 미국판 다보스포럼 같은 곳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곳에서 ‘New Year’s Eve’ 파티를 열고 새해 아침 ‘가족의 가치’를 주제로 열린 강연을 들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섣달 그믐날 ‘르네상스 위켄드’로 출발하기 전 그의 행적이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개인서재에서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르윈스키와의 세 번째 성관계였습니다.
 
바람을 피운 뒤 가족들과 새해를 맞은 대통령은 국민들의 농담 소재로 전락했습니다. “Slick Willie”(슬릭 윌리)라는 별명이 유행했습니다. “Willie”(윌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이름 ‘윌리엄’을 줄여 부르는 애칭입니다. 원래 ‘미끄럽다’는 뜻의 ‘slick’은 진정성이 없고 겉만 번지르르만 뺀질이형 인간에게 붙이는 별명입니다.
명언의 품격
1905년 1월 1일 뉴욕타임스가 신사옥 입주를 기념하기 위해 건물 상공에서 개최한 불꽃놀이. 뉴욕타임스
1905년 1월 1일 뉴욕타임스가 신사옥 입주를 기념하기 위해 건물 상공에서 개최한 불꽃놀이. 뉴욕타임스
오늘날에는 건물 위쪽에서 거대한 공을 떨어뜨리는 ‘볼드롭’ 행사로 열리고 있다. 뉴욕시 홈페이지
미국의 새해는 ‘Times Square Ball Drop’(타임스스퀘어 볼드롭)으로 시작합니다. 볼드롭은 미국의 흥겨운 파티 문화를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시계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10초 전부터 인파들은 1초씩 줄어드는 숫자를 외칩니다. ‘0’이 되는 순간 건물 위쪽에서 거대한 형광 공이 떨어집니다. 인파들은 서로 얼싸안고 오는 새해를 축하합니다.
 
행사가 열리는 건물 ‘One Times Square’는 뉴욕타임스 본사를 말합니다. 이 일대 지역을 ‘Times Square’라고 부릅니다. 이 행사는 원래 뉴욕타임스의 신사옥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2년간에 걸쳐 신사옥을 지은 뉴욕타임스 소유주 아돌프 옥스는 건물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 시절에 유례가 없는 48페이지에 달하는 완공 축하 별지를 발행했습니다.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은 옥스는 신사옥 입주날인 1905년 1월 1일 0시를 기해 건물 상공에서 거대한 불꽃놀이를 벌였습니다. 20km 밖에서도 불꽃이 보일 정도로 장관이었습니다.

“No more beautiful picture was ever limned in fire on the curtain of midnight.”
(그 어떤 멋진 그림으로도 한밤중에 펼쳐진 불꽃의 향연을 묘사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자사 홍보 행사인 불꽃놀이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기사 첫 구절입니다. 환한 불꽃과 대비되는 밤하늘을 “on the curtain of midnight”(한밤중이라는 커튼 위에)이라고 묘사했습니다. ‘limn’(림)은 ‘그리다’는 뜻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잘 쓰지 않고 주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그 어떤 아름다운 그림도 한밤중에 펼쳐진 불꽃의 향연을 표현할 수 없다”며 뉴욕타임스답지 않게 격한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불꽃놀이는 3년 더 계속되다가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불꽃놀이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뉴욕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1908년부터 ‘볼드롭’ 행사로 대체됐습니다. 100개의 전구로 장식된 320㎏의 거대한 공이 떨어집니다. 1985년 뉴욕타임스가 또 다른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원 타임스스퀘어’는 빈 건물이 됐지만 볼드롭 행사는 뉴욕 자치단체로 이관돼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등화관제령이 발동됐던 1942년과 1943년,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과 2022년 등 총 4차례 열리지 않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물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펼쳐 보이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물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펼쳐 보이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의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카키색 상의 차림으로 의회 연단에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은 30분 동안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Trenches in the Donbas change hands several times a day.”
(돈바스의 참호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change’는 ‘바뀌다’는 뜻이고, ‘hands’는 ‘손’을 말합니다. ‘손이 바뀐다’는 것은 ‘주인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hand’는 ‘ownership’(소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이 바뀌는 것은 2명 이상이 관련된 일이므로 복수형 ‘hands’를 써야 합니다. “this store has changed hands several times in the last ten years”라고 하면 “이 가게는 지난 10년 동안 주인이 몇 번 바뀌었다”가 됩니다.
 
‘trench’(트렌치)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땅에 파놓은 ‘참호’를 말합니다. 여기서 ‘트렌치 코트’가 유래했습니다. 원래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장교들이 전투 중에 입은 외투를 말합니다. 1,2차 대전 후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트렌치코트 제작사인 ‘버버리’의 이름을 따서 ‘바바리코트’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3일 소개된 새해 덕담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새해에는 팬데믹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우울해서 그런지 ‘고난 극복’에 관한 덕담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2년 1월 3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03/111059566/1

지난해 연말 워싱턴의 어린이국립병원을 찾아 동화책을 읽어주는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어린이병원 방문은 80년 동안 이어져온 백악관의 연말 전통이다. 백악관 홈페이지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세계적인 명사와 현인들의 새해 덕담을 준비했습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과 다른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삶의 지혜입니다.
 
“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
(이루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인다)
 
누구나 도전 앞에서는 포기하고 싶습니다.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부딪치면 넘을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그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감옥에서 지내면서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
(좋음을 포기하고,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미국에는 ‘good’(좋음)과 ‘great’(위대함)을 대비시킨 명언들이 많습니다. ‘좋은 것’을 추구하며 살기도 벅찬 데 ‘위대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존재라는 교훈입니다. 미국의 석유황제 존 D 록펠러가 남긴 말입니다.
 
“Every single year, we′re a different person. I don′t think we′re the same person all of our lives.”
(매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일생동안 같은 자리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의 명언입니다. 지난해의 나, 올해의 나, 내년의 나는 다릅니다. 인간은 매일 살아가며 크고 작은 세상의 진리를 배우며 성정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The secret of change is to focus all of your energy, not on fighting the old, but on building the new.”
(변화의 비결은 과거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과거사 정리에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테스형’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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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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