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Qatar2022]
소문난 ‘한솥밥 절친’ 프랑스 음바페-모로코 하키미, 4강 결투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왼쪽 사진)와 음바페가 ‘세계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인정한 아슈라프
하키미(모로코)가 대회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인 4강전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맹에서 함께 뛰고 있는
둘은 경기장 안팎에서 둘도 없는 ‘단짝’으로 통하지만 각자 국가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월드컵 무대에선 서로를 반드시 꺾어야
하는 적으로 만났다. 알코르=AP 뉴시스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친한 창과 방패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두 선수는 축구계에서 가장 빠른 창과 방패이기도 하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매직 듀오’로 통하는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와 아슈라프 하키미(24·모로코) 이야기다.
프랑스와 모로코는 15일 오전 4시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월드컵 92년 역사상 두 번밖에 없었던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로는 처음 4강 무대를 밟게 된 모로코는 기세를 이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려 하고 있다.
음바페와 하키미는 유럽 리그 비시즌 기간에 휴가도 함께 떠날 만큼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소속 클럽이 아닌 국가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월드컵 무대 4강전에서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12일 현재 5골로 이번 월드컵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음바페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주로 왼쪽 공격수로 나선다. 하키미는 음바페가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라고 인정한 수비수다. 오른쪽 풀백은 상대 팀 왼쪽 공격수를 막게 된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서 11골을 넣어 4강 진출팀 중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8강전까지 5경기에서 한 골만 내주는 ‘방탄 수비’를 보여줬는데 이 한 골마저도 자책골이다. 상대 팀이 모로코 골문을 뚫은 적은 아직 없다. 그 중심에 음바페와 하키미가 있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유효 슈팅 10개(최다 1위)를 남겼고, 하키미가 버티는 모로코 수비라인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 공격을 유효 슈팅 10개로 막았다.
한쪽은 골을 넣어야 살고 다른 쪽은 골을 막아야 살지만 ‘정말 빠르다’는 장점은 똑같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에서 순간 최고 시속 35km를 기록했다. 100m를 10.3초에 뛰는 속도다. 하키미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2019∼2020시즌 순간 최고 시속 36km로 분데스리가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함께 뛰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왼쪽)와 아슈라프 하키미가 지난해 8월 열린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브레스트=AP 뉴시스한 명이 골을 넣으면 미리 호흡을 맞춘 ‘합작 세리머니’로 유명한 둘의 우정은 하키미가 PSG로 이적한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음바페보다 46일 먼저 태어난 하키미는 “우리 둘은 음악부터 게임, 음식까지 거의 모든 취향이 똑같다. 그래서 서로 집에만 놀러 가도 늘 신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둘에게는 이민 2세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아버지가 카메룬 출신이고 어머니가 알제리 출신인 음바페는 프랑스 파리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 모두 모로코 출신인 하키미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다. 음바페가 ‘과외 선생’을 자처한 덕에 하키미는 프랑스어 실력도 단기간에 키울 수 있었다.
준결승을 사흘 앞둔 12일 카타르 매체 ‘비인(beIN) 스포츠’는 두 선수가 월드컵 경기장 8곳 중 하나인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만나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음바페가 먼저 “내 친구를 파괴해야만 하는 운명”이라고 하자 하키미는 “내가 얘를 (대회에서) 쫓아내 버릴 것”이라며 웃었다. 음바페는 “이런 상황에 처한 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축구란 게 원래 그렇다”며 단짝과 선의의 대결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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