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유명 래퍼 투마즈 살레히는 지난달 말 돌연 실종됐다. 이후 이란 국영통신 IRNA는 이달 2일 한 비디오 영상을 보도했는데, 영상에서는 살레히가 직접 “나는 투마즈 살레히고, 내가 실수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됐다.
살레히는 실종 전 캐나다 CBC에 출연, “당신은 전 국민을 죽일 준비가 된 마피아를 상대하고 있다. …(이 마피아는) 오로지 부와 권력, 무기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살레히의 처분에 관심이 쏠려온 가운데, 이날 이란 사법당국 미잔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부지방법원장 아사돌라 자파리는 “아직 재판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살레히 사건은 초안이 완성돼 이스파한 법원으로 보내졌다”고 밝힌 것이다.
사법당국에 따르면 이 초안에 적시된 살레히의 죄목은 ‘지구상의 신의 적’으로도 번역되는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최대 중범죄 중 하나로 최고 사형을 받을 수 있다고 AFP는 부연했다.
살레히는 또 “인터넷에 거짓말, 반국가 선전, 적대적인 정부와 협력해 안보를 파괴할 목적으로 한 불법 단체 결성 및 관리”와 선동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살레히는 평소에도 가사에 체제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온 터라 그에게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을 우려하는 글들이 소셜미디어 상에 올라오고 있다.
살레히 사건은 올해 9월 중순 히잡 미착용 혐의로 체포된 뒤 사흘 만에 주검이 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샤 아미니 사건 이후 이란 전역에서 체제 반대 시위가 확산 중인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이란 인권관련 뉴스매체 HRANA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450명의 시위참여자가 사망했으며, 이 중 63명은 미성년자다. 또 1만8173명의 시위대가 구금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관련해 이란 보안군 측 사망자 수는 6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시위 관련해 재판 중인 피고 중 최소 21명이 실제 교수형을 당할 수 있는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란 사법부는 이미 이번 시위 관련 기소 건 중 6건에서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