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침공땐 美, TSMC 부수고 철수” 보도에 대만 내부 “TSMC 파괴는 절대 용납못해”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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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나라’ 대만]
블룸버그 “美, 유사시 핵심인력 대피”
최근 美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 강화
대만선 “반도체 방패 지켜야” 목소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대만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TSMC 시설을 먼저 파괴하고 엔지니어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만큼 미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안보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지만 ‘파괴’에 ‘인력 철수’까지 거론되자 대만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비상계획이 강화됐다”며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TSMC 점령을 시도하는 ‘최악의 경우’ 반도체 인력들을 철수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핵심 인력을 미국으로 빼내 미국에 TSMC를 대체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TSMC 공장을 중국에 넘겨주기보다는 차라리 파괴하는 일명 ‘초토화 전략’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TSMC가 전쟁으로 파괴되면 세계 경제에도 1조 달러(약 1430조 원)가량의 타격이 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연 매출의 약 2배”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자 대만 경제부는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오랜 시간에 걸려 구축한 공급망과 인프라를 해외로 복제하는 것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려간 것과 유사하다”며 “미국이 아무리 핵심 파트너라고 해도 대만 동의 없이 TSMC를 파괴하고 인력을 데려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대만에서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대만 현지에선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를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수주(陳淑珠) 대만 신주과학단지 부국장은 동아일보에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인 지원, 숙련된 기술 인력 공급은 대만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대만침공#미국#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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