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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FBI,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기밀유출 혐의’ 금고까지 뒤져

입력 2022-08-09 13:49업데이트 2022-08-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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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개인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 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 기록물을 유출하고 훼손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다. 미 수사당국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사실상 2024년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미 수사당국이 기밀 문건 유출·훼손 외에 지난해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난입사태와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州) 선거 결과 뒤집기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선 가운데 공화당은 수사당국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하면서 미국이 정치보복의 격랑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FBI가 금고까지 털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대규모 FBI 요원들이 마라라고를 급습해 포위하고 점거하고 있다”며 “이는 지금까지 다른 미국 대통령에게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라며 “그들은 심지어 내 금고까지 부쉈다”면서 “‘워터 게이트’ 사건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워커게이트’ 사건과 비교하며 자신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

FBI의 압수수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및 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립문서보관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친서 등 비밀 문건 15박스를 반출했다고 지적하며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1월 문서를 반환했으나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문서를 임의로 훼손하거나 파기한데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브리핑 자료와 편지, 일정표 등 기록물을 찢어 던지는 등 수시로 문건을 훼손해 비서진들이 투명 테이프로 찢어진 문서를 붙이는 일이 이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것은 수사당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의적 의도로 기밀 문건을 반출하거나 훼손했다는 증거를 일부분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FBI 국장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연방 재판관이 범죄 혐의의 개연성을 판단해 발부한다.

미국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공식 업무와 관련된 모든 문서는 국립문서보관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5년형에 처할 수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는 2004년 9·11 사태 특별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기밀문서를 파기했다가 5만 달러의 벌금과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다.


● 트럼프 향해 조여 지는 수사망, 공화당 “중간선거 후 즉각 감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내가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을 막고 싶어 하는 극단적 민주당 세력이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형사처벌 기록이 있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유력한 대선 후보인 자신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록물 무단 반출 및 훼손 혐의 외에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선동 혐의와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지시 등에 따른 선거 외압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족쇄가 조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강력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모든 문서를 보관하고 달력을 깨끗이 해두라”며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석을 되찾으면 즉각 법무부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중간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부적절한 행위가 공개되면서 공화당 일부 지지층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구도로 중간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공개한 책 ‘분열자: 백악관의 트럼프’ 일부 발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군 장성 출신인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왜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한 독일군처럼 복종하지 못하느냐”라고 말했다. 책에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백악관 앞을 메운 시위대와 관련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그들을 총으로 쏴버릴 수 없느냐”고 명령했고,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는 “다친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상이 참전용사를 제외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뉴욕타임스(NYT)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맨은 이날 10월 출간될 책에 담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변기에 버려진 기록물 사진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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