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T인력 수천명, 해외 위장취업… 핵·미사일 자금 조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7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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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북한이 수천 명의 정보통신(IT) 인력을 해외에 위장 취업시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에 활용하고 있다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밝혔다. 최근 북한 해커들이 온라인 게임 해킹으로 7500억 원대 가상화폐를 훔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북한이 위장취업 시킨 IT 인력을 통해 기업 정보를 빼돌려 해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IT 인력 고용 시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재무부,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공동으로 발표한 지침에서 “북한은 수천 명의 고도로 숙련된 IT인력을 전 세계에 파견해 미국과 유엔 제재를 위반해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IT 인력들은 프리랜서로 위장해 세계 각국 기업으로부터 계약을 따내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임금을 받는다”며 “이들은 가상화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북한 IT인력은 개인 기준으로 연간 30만 달러(약 3억8000만 원) 이상, 팀 기준으로는 연간 300만 달러(약 38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나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다른 북한 근로자보다 10배 이상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다.

지침은 “이들은 위조되거나 도용된 신분증을 사용해 자신을 북한이 아닌 외국인이나 미국에 있는 재택근무자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프리랜서로서 얻은 접근권을 사용해 다른 북한 해커들의 악의적인 사이버 침입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장 취업한 IT 인력들을 통한 ‘외화벌이’뿐만 아니라 기업 정보를 빼내 해킹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거나 이들의 활동을 돕는 행위는 지적 재산권이나 데이터, 자금 탈취부터 미국과 유엔 당국의 제재 등 다양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를 고용할 때 중국 은행 계좌에 자주 송금하거나 가상 화폐로 결제를 요청하는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온라인 게임 해킹을 통한 7500억 원대 가상 화폐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과 연계된 라자루스(Lazarus)를 지목하고 제재를 부과하는 등 북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한 가상화폐 세탁을 도운 가상화폐 믹서 서비스 업체 블렌더를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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