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공급 중단…에너지戰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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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7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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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가스관. © News1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가스관. © News1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스프롬이 26일(현지시간), 하루 뒤인 27일부터 폴란드와 불가리아 가스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사례다.

형식상 러시아가 요구한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거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애초 루블화 결제가 대러 제재를 가한 ‘비우호적’ 국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서방의 제재에 대한 반발과 경고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자국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에너지 전쟁’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석유가스회사(PGNiG)는 가스프롬이 중앙유럽표준시 기준 27일 오전 8시부터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 가스전송사업자 측은 야말-유럽 루트를 통한 가스 유입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는데, 일단 이날은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이다. 1997년 가동을 시작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배송해온 주요 통로 중 하나다.

폴란드는 가스프롬과 연간 102억 입방미터 규모 가스 공급 계약을 맺고, 자국 가스 소비의 약 5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폴란드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강력한 정적으로 떠올랐다. 강력한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데서 나아가 가스프롬을 포함해 러시아 주요 기업 및 올리가르히 50곳을 상대로 독자 제재까지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도 적극적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가장 많이 모인 도착지이기도 하다.

PGNiG는 러시아의 루블화 지불 방식을 거부, 연말 만료하는 가스 공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미 2020년 가스프롬과 맺은 가스 운송 계약도 연장하지 않은 터다. 이에 가스프롬은 야말-유럽 루트 중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배송은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스를 판매해야 했다.

폴란드는 자국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다짐하면서 독일의 소극적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등 이번 사태 속 러시아와 정면으로 대치해온 국가 중 하나다.

이에 폴란드 가스 공급이 중단된 건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를 시사해온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불똥’이 불가리아에도 튀었다는 점이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이날 자국 국영 가스회사 불가르가스가 가스프롬으부터 가스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불가리아의 대러 천연가스 수입량은 연간 3억 입방미터 규모로, 가스 수요의 9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ICIS의 가스분석책임자 톰 마르젝-맨서는 “이건 러시아가 쏘아올린 엄청난 경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폴란드는 수년간 반(反)러시아, 반가스프롬 입장을 취해왔지만 불가리아는 아니다”며 “불가리아에도 가스 공급이 중단된 건 그 자체로 상당한 새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가스가격 급등 불가피…대안은?

유럽의 천연가스 기준 가격이 되고 있는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MWh)당 98.20유로로 장을 마감한 뒤 현재는 2.59% 오른 104.95유로에 구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 속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우려로 지난달 초에는 메가와트시당 280유로 안팎가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가격은 더 출렁일 위험이 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정부는 일단 대안 확보를 자신하며 국민들은 가스 사용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폴란드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가스 비축량이 충분하고, 대체 공급 루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이어진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에서 가스를 역류 공급받을 수 있고, 내달 1일 완공되는 리투아니아, 체코와의 파이프라인도 대안으로 고려되고있다. 슬로바키아와도 연내 가스관 연결을 앞두고 있으며, 발트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통해서도 가스 수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PGNiG는 가스프롬을 상대로 계약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불가리아도 대체 루트를 찾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일부터 자국산 가스를 구매하는 외국인 고객사에 대해 루블화 대금 지급을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지난달 31일 서명했다.

다만 러시아 은행에 별도 계좌를 개설해 외환을 이체하면 러시아 은행이 루블을 사들이는 다소 특이한 방식을 제시했는데, 이에 응해 EU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향후 공급분 지불을 약속한 국가·업체는 극소수다.

업체로는 독일의 러시아 가스 수입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 중 하나인 유니퍼가, 국가로는 헝가리가 이에 응해 러시아가 요구하는 루블화 결제를 약속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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