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 위해”…당국 탄압에도 벽화 그리는 러 예술가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2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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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 벽화 예술가가 정부 탄압에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벽화를 그리며 전쟁을 규탄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은퇴한 공학자 블라디미르 오브치니코프(84)는 러시아 중서부 칼루가주 보롭스크에서 수십 년간 벽화를 그리며 활동하고 있다.

그간 정치적 사건을 모티브로 예술 활동을 해온 오브치니코프는 지난달 25일 보롭스크 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 옷을 입은 어린 소녀와 그 위로 폭탄 세 개가 떨어지는 벽화를 그렸다. 아래에는 “전쟁을 막아라”라고 적었다.

최근에는 구소련 시대 포스터에 착안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각국 여성이 손을 잡고 있는 벽화를 그렸다. 오브치니코프는 벽화에 대해 “이 우정은 파괴됐다”며 “우리는 옛 추억에 젖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비판을 금지하고 있는 러시아 정권은 즉각 탄압에 나섰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소녀 벽화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보롭스크 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오브치니코프에게 3만5000루블(약 53만원) 상당 벌금을 부과했다. 벽화도 흰색 페인트로 덮어 지웠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150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벌금 납부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모아 응원하기도 했다.

인근 지역에 사는 한 남성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위협하는 사건도 있었다.

오브치니코프는 “내 나이가 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며, 당국과 친정부주의자들의 위협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브치니코프는 “러시아 사회가 분열돼 국가가 심각하게 나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면서 “평화를 증진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물을 이해하는 법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며 “정치에 관심 없고 무지한 채 TV 앞에만 앉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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