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러 자존심 ‘모스크바호’…우크라 “우리가 격침” vs 러 “탄약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5일 13시 55분


코멘트
사진 출처 Rai News
사진 출처 Rai News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의 주력 전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탄약 폭발사고와 화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대함 미사일로 모스크바호를 격침 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흑해 함대의 모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것은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이 침몰한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연안 흑해를 항해하던 모스크바호는 폭발한 뒤 선체에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가 심각하게 파손됐고 선원 510여 명이 대피했으며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군함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예인 중이었으나 거친 파도 때문에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이 모스크바호에 명중했고 전함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넵튠의 사정거리는 최대 280㎞. 이동식 대함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의 미사일을 토대로 개발했다. 미사일 길이는 약 4.9m, 최대 발사 속도는 시속 900km다. 총 무게 870kg에 150kg 탄두를 탑재했다. 이 작전에는 터키제 무인항공기(드론) 바이락타르 TB2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공시스템을 갖춘 모스크바호를 먼저 TB2로 유인해 시선을 끈 뒤 넵튠 미사일로 공격했다는 설명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클럽에서 모스크바호가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에 대해 “이 사안은 둘 중 하나다. 러시아군이 무능하거나, 혹은 그들이 공격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주력 전함이 단순 화재 사고 때문에 침몰까지 이어졌다면 그 자체로 러시아군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주장대로 격침된 것이라면 이 또한 러시아에게 큰 타격이라는 것이다.

모스크바호 침몰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러시아 군함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게다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이름을 따라 명명했을 정도로 중요한 주력 전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했다는 것은 러시아군에게도 충격이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수상함 중 가장 규모가 큰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은 노후화 된 탓에 수리 중이다. 1990년에 취역했고 만재 배수량은 5만7500t(톤)이다. 그 다음으로 강한 전함이 키프로급 원자력추진 순양함인데 2척을 보유하고 있다. 1척은 운용 중이고 나머지 1척은 아직 무장이 진행 중인 예비함이다. 만재 배수량은 2만8000 t이다.

이번에 격침된 모스크바호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랫급인 슬라바급 미사일 순양함이다. ‘슬라바’는 러시아어로 ‘영광’을 뜻한다. 러시아 해군은 슬라바급 3척을 보유했는데 1척이 이번에 격침됐고 이제 2척만 남았다. 만재 배수량은 1만2500 t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러시아 해군이 운용 가능한 수상함 중 ‘넘버2’가 해군 전력도 전무한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침당한 셈이다. 14일 미국 펜타곤(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 중 “이것은 틀림없이 미사일에 당한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사건 직후 러시아 흑해함대를 총 지휘하고 있는 이고르 오시포프 흑해함대 사령관이 의문의 요원들에게 체포당했다는 소문도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복 요원들이 그를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시포프 사령관은 모스크바함에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군의 사기와 명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칼 슈스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모스크바호 침몰보다) 더 큰 타격이 있다면 러시아의 유일항 항공모함인 쿠츠네초프호가 파괴되거나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공격 받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