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굶어” “새벽에 자가진단 하라고 깨워” 中교민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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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8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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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의 슈퍼마켓에서 한 배달원이 부분적으로 비어 있는 진열대의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하이=AP/뉴시스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의 슈퍼마켓에서 한 배달원이 부분적으로 비어 있는 진열대의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하이=AP/뉴시스
중국 상하이가 기약 없는 도시 봉쇄를 이어가면서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식량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하이는 지난달 28일부터 도시 전체를 두 구역으로 나눠 4일씩 순차 봉쇄했다. 당초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진행한 뒤 5일 새벽 봉쇄를 해제할 계획이었으나,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에 봉쇄가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내 신규 감염자 수는 2만4101명으로 나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상하이는 2만1222명으로, 전체 감염자의 약 88%가 이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감염 확산세로 인해 도시 봉쇄가 길어지면서 현지에 있는 교민들과 유학생은 식료품과 생필품 부족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토로했다.

최근 중국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중·정·공’ 카페에는 “먹을 게 없다”는 상하이 교민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라면도 다 먹어서 오늘 종일 굶었다. 코로나 걸려서가 아닌 배고파서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 중이라는 유학생 B 씨는 “더이상 버틸 음식이 없다. 물도 다 떨어진 상태”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같은 글에는 “한인회에 알아봐라” “영사관에 당직전화 해봐라” “경비실에 먼저 연락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는 “체면과 자존심 다 내려놓고 옆집 아래층 위층에 도움을 요청해봐라” “우리는 건물 커뮤니티로 물물교환한다. 이게 어려우면 오늘 굶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음식을 빌려달라고 하라” 등 조언했다.

상하이 서부 봉쇄, 집단 검사 받는 주민들. 뉴시스
상하이 서부 봉쇄, 집단 검사 받는 주민들. 뉴시스

교민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봉쇄 기간에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식당 등에서 음식 포장이나 라면 구매 등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건물 자체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왜 항상 (봉쇄 소식을) 당일에 알려주느냐”는 불만도 있다. 지난 5일 새벽 봉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교민들은 당일에서야 봉쇄를 통보한 당국으로 인해 미처 식료품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교민 C 씨는 이날 “자고 있는데 정확히 새벽 3시 10분에 시에서 공지가 내려왔다며 (새벽) 4시 30분까지 자가진단검사를 한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보내라더라.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댓글에는 “호텔인데 방금 했다” “우리도 4시에 공지 올려서 5시에 자가키트 배포하니 7시까지 결과 올리라고 한다. 왜 이렇게 상식 밖의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토로가 이어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 상하이 봉쇄로 갇힌 우리 자녀들을 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유학 중인 학생들이 격리된 지 3주 가까이 되면서 이제는 식량도 바닥이고 온라인 구매도 어려운 상태”라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있는 자녀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 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은 식료품이 다 떨어진 유학생들을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섰다. 영사관은 현재 중국 대학에 다니는 일부 유학생에게 라면과 달걀 등의 먹거리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도 전날 교민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당국자는 “TF를 중심으로 교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상하이 당국과 연락하면서 집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생 부모가 올린 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
유학생 부모가 올린 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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