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유수호엔 비용 든다”… 인플레 감수하고 러 에너지 금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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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美, 러 원유-가스-석탄 금수 단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주로 금융 제재에 집중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상대로 내놓은 첫 에너지 제재이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주로 금융 제재에 집중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상대로 내놓은 첫 에너지 제재이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 시간) 러시아산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수입 금지라는 초강력 제재를 발동했다. 지난해 기준 일일 1078만 배럴(전 세계의 약 11%)의 원유를 생산하며 화석연료 수출이 재정 수입의 60%에 달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치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알면서도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날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전쟁을 선포했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특정 물품 및 원자재에 대한 수입과 수출을 금한다”며 ‘맞불’ 보복에 나서 에너지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자유엔 비용 들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겠다”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가 러시아의 전쟁자금 확보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결코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제재로 미국 또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 등 유럽과 달리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비중은 낮지만 금액으로는 47억1000만 달러(약 5조7933억 원)에 달한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까지 추가해도 8%에 불과하고 천연가스 수입은 아예 없다. 천연가스와 석유의 각각 40%,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유럽연합(EU)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러시아를 대체할 수입처도 마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부터 시행 중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제재를 일정 부분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석유협회 또한 BBC에 “하루 80만 배럴 수준인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까지 늘릴 설비를 갖췄다. 북미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일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푸틴, 원자재 수출입 금지로 ‘맞불’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8일 올해 말까지 원자재와 특정 물품의 수입 및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물품 및 국가 등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에 에너지 관련 제품이나 원료를 수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재에 맞서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블룸버그뉴스는 중국이 국유기업을 동원해 가스프롬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측면 지원하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미국은 “우리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기업은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경고했다.

양측 갈등 고조로 당분간 국제 유가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8% 이상 상승한 배럴당 129.44달러에 육박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평균 휘발유 가격 또한 갤런당 4.17달러로 일주일 전(3.62달러)에 비해 50센트 이상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 유가가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점쳤다. 다른 원자재 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와중에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에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바이든#에너지 금수#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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