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략에 푸틴절친 빈 필하모닉지휘자, 美순회공연 못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블라디미스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빈 필하모닉의 지휘자 발레리 게리기예프(68)의 미국 순회공연이 취소되었다.

25일 밤 카네기 홀에서 열리기로 한 연주회를 시작으로 총 5회에 걸친 미국내 순회연주회의 지휘자가 교체된 것이다.

게리기예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 음악감독이자 백야 페스티벌 총감독, 뮌헨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를 겸임하고 있는 음악가이다. 푸틴이 2013년 부활시킨 구소련의 노동영웅 훈장을 받기도 했고, 푸틴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푸틴에 대한 전 세계의 비난이 들끓어 오르자 미국 순회연주 등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카네기홀의 시네브 카를리노 대변인은 “이번 지휘자 교체는 최근의 국제 정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론 볼링 대변인은 교체 결정이 그레기예프, 카네기 홀, 교향악단 중 누구의 결정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을 거절했다.

이번 결정 이전에는 밀라노의 유명한 라 스칼라 극장이 게르기예프에게 편지를 보내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표명해주지 않는다면 미리 예약되어 있던 차이코프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의 감독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게르기예프는 23일 밤의 연주회에서도 관객들에게 가벼운 비난을 들었는데, 하루 지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악화되었다. 라 스칼라의 파올로 베사나 대변인은 게르기예프의 다음 공연은 3월 5일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밀라노 시장이며 라 스칼라 극장 사장인 주세페 살라 시장은 게르기예프가 이전부터 푸틴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자랑했기에 그런 질문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란 여러 방식으로 계속되는 것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우리도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은 25일과 26일 밤, 그리고 일요일인 27일 오후에도 카네기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 이후에는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음악당에서 3월1일과 2일에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네기홀 연주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야닉 네제-세갱 음악감독이 대신 지휘를 맡게 된다 세갱은 28일 밤 베르디의 ‘돈 카를로스’를 5시간에 걸쳐 지휘한 뒤 숨가쁘게 다음날 지휘를 맡아야 한다.

한편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도 25일 연주회에 출연하지 않는다. 마추예프는 자신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합병에 찬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빈 필하모닉은 주말 연주회들 자체는 취소하지 않는다며 대체할 독주자는 플로리다 연주회의 지휘자가 결정되면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뉴욕=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