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청혼 거절 女 성폭행후 살해한 남성 사형 선고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5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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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법원이 결혼 제안을 거절한 상대 여성을 인질로 붙잡고 성폭행 후 살해한 파키스탄 출신의 미국 국적 남성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BBC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7세의 누르 무카담은 지난해 7월20일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들 중 한 집의 아들인 자히르 자퍼(30)의 청혼을 거절했다가 그에게 인질로 붙잡혀 성폭행당한 후 목이 잘려 숨졌다.

무카딤에 대한 잔인한 살인 모습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 그대로 담겼는데, 동영상 속에서 그녀는 탈출하려다 실패해 붙잡히는 모습이 들어 있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 전국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켰고,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전직 외교관은 딸인 누르는 상류사회 친구들 모임에서 자퍼를 알게 됐고, 청혼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녀의 살해 사건은 몇달 동안 파키스탄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률이 매우 낮은 파키스탄의 형사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수백명의 여성들이 살해되고, 수천명의 여성들이 폭력을 겪고 있다. 그러나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르가 살해된 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위한 정의를 요구했다.

자퍼는 재판 후 기자들에게 “청혼이 거절당해 화가 났고 칼로 누르를 죽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퍼의 발언은 파키스탄을 충격에 빠뜨렸고,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 시위를 벌였다.

자퍼 집안의 가사도우미 2명은 살인 방조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은 자퍼의 부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누르의 아버지 샤우카트 무카담은 자퍼가 사형을 선고받자 정의를 위한 승리라며, “파키스탄에서 여성들을 학대한 자들과 살인자들이 더 이상 그들의 범죄에서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정의가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내 딸만의 사건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모든 딸들을 위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퍼의 부모가 무죄 선고받은 것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자퍼 역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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