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우크라 동부서 러 장갑차-곡사포 목격”…美, 생화학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2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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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하면서 사실상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군이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탱크와 장갑차, 곡사포 등이 돈바스에서 목격됐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계급·소속부대·휘장이 없는 녹색 군복을 입고 공격의 선봉에 섰던 특수부대 ‘리틀그린맨’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수시간 또는 며칠 내에 러시아의 추가 행동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작됐다”며 “(핵전쟁 직전까지 간) 1962년 미-소련 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만큼 심각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미-러 간 신냉전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 돈바스서 러 군인·무기 행렬 목격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1일 오후 돈바스 내 도네츠크 인근에서 러시아군 소속으로 보이는 무장한 장갑차와 무기들이 약 1시간 반 동안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전조등을 켠 군용차량들이 곡사포를 싣고 이동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국경 인근 도로에서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화물을 천으로 덮은 채 이동하는 군용 차량 행렬이 목격됐다.

도네츠크 외곽에서 소속 부대를 나타내는 휘장 등이 표시되지 않은 5대의 탱크와 러시아 군용차량들이 도네츠크 쪽으로 이동하는 행렬도 목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지역에서 군용 차량과 휘장 없는 군복을 입은 러시아 군인이 보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 휘장 없는 탱크의 정체가 리틀그린맨일 가능성이 높은 것.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때도 이들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당시 이들이 자국 군인임을 부인했지만 나중에 들통이 났다. 돈바스 장악 과정에서 러시아군 사망을 조작해 이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전체를 침공하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DPR, LPR과 우호협정을 맺으면서 러시아 군사기지를 이들 지역에 건설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시켰다.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을 대거 배치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압박했듯 돈바스를 발판으로 추가 압박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역시 돈바스가 있는 동부 전선으로 헬기와 군용 차량 등을 다수 이동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누구에게 그 무엇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 美, 젤렌스키 대피 계획 수립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러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군사 작전의 규모, 범위, 강도가 매우 잔혹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기존의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생화학전 같은 더 잔혹한 전쟁에 나설 정보를 갖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수도 키예프에서 폴란드 국경지대인 서부 리비우로 대피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키예프에서 리비우로 이미 이동한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을 폴란드로 추가 대피시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직접 파병에 수차례 선을 그은 터라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고, 동유럽에 대한 미군 증파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4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 또한 예정대로 진행할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군 투입 발표 직후 “러시아군이 지난 8년 동안에도 돈바스에 있었다”며 러시아군의 진입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규정할지 혼선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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