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反中매체 온라인 리창신문 전격 폐간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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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우산 혁명’ 바람 타고 창간… 경찰, 간부 7명 체포-자산동결 탄압
6월 폐간 핑궈일보와 비슷한 수순

홍콩의 반중 매체 리창신문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왼쪽)이 29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홍콩=AP 뉴시스
홍콩의 반중 매체 리창신문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왼쪽)이 29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홍콩=AP 뉴시스
2014년 창간된 홍콩의 대표적 반중 온라인 매체인 리창(立場)신문이 29일 오후 전격 폐간을 선언했다. 이날 새벽 당국이 전·현직 간부 7명을 당국에 대한 증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체포하고 6100만 홍콩달러(약 93억 원)인 자산 전체를 동결시키자 반나절 만에 백기 투항을 택했다. 앞서 6월에도 당시 홍콩 최대 일간지였던 핑궈일보가 비슷한 수순을 거쳐 폐간해 국제 사회로부터 유례없는 언론 탄압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리창신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전·현직 임원 여러 명을 연행하고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즉각 운영을 중단하며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의 업데이트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국장은 이미 사의를 표했고 모든 직원은 즉시 해고됐다”며 “설립 후 민주·인권·자유·법치 등 홍콩의 핵심 가치를 수호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체포된 인사 중에는 홍콩 연예계의 대표적 반중 인사인 여성 가수 데니즈 호(何韻詩·44)도 있다. 그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에 참여한 후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유엔, 미국 의회 등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고발했고 한때 리창신문의 이사를 지내다가 이날 체포됐다.

이번 체포 및 본사 압수수색에는 약 200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는 “저널리즘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동에는 무관용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리창신문은 ‘우산 혁명’의 열기가 가득한 2014년 12월 창간됐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이를 적극 보도하며 입지를 키웠다. 특히 핑궈일보의 폐간 당시 “홍콩에 ‘문자옥(文字獄)’이 왔다”고 당국의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자옥’은 과거 중국 전제 왕조가 황제나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을 대대적으로 탄압한 행태를 가리킨다.

홍콩기자협회(HKJA)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경찰이 방대한 취재자료를 보유한 언론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언론인을 체포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홍콩#反中매체#리창신문#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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