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시다, 文과 ‘COP26 회동’ 애초부터 고려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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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반나절 일정 빠듯…산적한 한일 현안도 부담
靑 “기시다, 만나려다 못 만난 것 아냐”
소식통 “文 임기 내 한일 정상회담 쉽지 않을 것”

COP26에서 연설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뉴시스
COP26에서 연설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을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시다 총리의 일정 자체가 매우 빠듯하기도 했지만 한일 간 산적한 현안을 두고 정상 회동 자체에 일본 정부가 부담을 느낀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총선에서 선전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기시다 내각 역시 과거사 문제 등을 거론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일본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약식으로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간이 회담을 갖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도 회담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라 주목을 받았다.

소식통은 “(중의원) 총선 직후 해외에 가는 일정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해 (총리가 출국을) 강행한 것”이라며 “반나절 가량의 짧은 일정 속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애초부터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잠깐 만나 ‘좋은 말’만 주고받기엔 현재 너무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이기도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청와대 역시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5일 TBS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만나려고 했는데 못 만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영국에도 잠깐 오셨는데 문 대통령과 일정이나 동선도 맞지 않았다”며 “‘(정상회담) 불발’이란 (언론의)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기대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하면서 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한일 정상은 전화 통화도 기시다 총리 취임 후 11일이 지나서야 했다. 소식통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 임기 내 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나마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남북 정상이 참가하는 등 변수가 생긴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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