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필리핀 언론사, 폐쇄압박 시련… “우린 계속 싸울 것”

이은택 기자 입력 2021-10-12 03:00수정 2021-10-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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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당국, 비판보도 탄압 계속
두테르테 지지자들 공격 거세져… 설립자-기자들에 소송 7건 제기돼
두테르테, 노벨상 발표 사흘 지나 수상자 레사에 축하 뜻 전해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2012년 설립한 필리핀 언론사 래플러의 마닐라 본사에서 기자들이 기사 작성에 한창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래플러에 대해 두테르테 정부 지지자들은 악플을 달고 비방하는 글을 퍼뜨리는 등 온라인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래플러 홈페이지
필리핀의 정부 비판적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리아 레사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해당 매체는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고 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래플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지지자들의 온라인 공격과 흑색선전, 필리핀 정부와 유력 기업과의 소송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NYT에 따르면 레사와 기자들에게는 명예훼손 등 일곱 건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 래플러에 대한 온라인 공격도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래플러 기자들에 대해 “사살돼야 할 간첩들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비난한 뒤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에 래플러를 비방하는 글을 퍼뜨리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래플러는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래플러에 따르면 일부 사망자들은 경찰에게 체포된 자리에서 즉결 처형되기도 했다.

래플러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맞서며 그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래플러에 대한 필리핀 당국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1월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는 레사가 미국과 필리핀 이중국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래플러가 ‘외국인 소유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필리핀의 인권단체들은 “마약과의 전쟁을 래플러가 비판 보도하자 당국이 보복에 나섰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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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래플러뿐만 아니라 언론 전체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그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더 이상 언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 언론이 내 말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7년에는 래플러를 향해 “미국인 소유 언론사”라고 비난했고 이듬해에는 래플러를 “가짜뉴스 매체”라고 했다. NYT는 “최근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의 많은 언론사들처럼 래플러도 ‘사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래플러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래플러에서 가짜뉴스 대응을 이끌고 있는 제마 멘도사는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고 했다. 편집국 내에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래플러 기자들은 대부분 20대로 젊은 편이다. NYT는 “이들이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레사를 비롯한 래플러 공동설립자 4명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래플러 기자들 사이에서 공동설립자들은 ‘마낭’으로 불린다. 필리핀어로 ‘사랑하는 누나들’을 의미하는 일종의 애칭이다. 설립자 중 한 명인 글렌다 글로리아는 “래플러는 필리핀 당국의 체포, 급습, 징역형 선고, 언론사 폐쇄 등 네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한 훈련을 마쳤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레사가 필리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로 8일 선정된 후 사흘 만인 11일 대변인을 통해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노벨평화상#필리핀 언론사#폐쇄압박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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