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스페인…수치스러운 여성 몰카 사건 기각 판결 논란

뉴시스 입력 2021-10-01 15:24수정 2021-10-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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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진 기자 = 스페인 법원의 한 판사가 화장실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뒷골목에서 급한 일을 처리하는 여성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게시된 사건에 대한 재판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충격에 빠진 스페인 여성 단체들의 거센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BBC가 1일 보도했다.

지난 2019년 스페인 북서부 세르보의 ‘아 마루샤이나’ 지역 축제 도중 화장실을 찾지 못한 80여명의 여성과 소녀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들이 알지도 못한 사이 몰래 카메라에 포착돼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왔다. 일부 동영상에는 여성의 얼굴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포르노 사이트들은 이 동영상을 보는데 요금 지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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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많은 피해자들이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여성들은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동영상 촬영자를 찾아내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라는 판사는 이 사건 재판을 기각했다. 이에 여성단체 ‘평등을 위한 여성들’(부메이)은 즉각 항소했다.

바스케스 판사는 동영상이 공공장소에서 녹화됐기 때문에 범죄로 간주될 수 없어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해 여성들이 동영상 촬영해 반대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제니퍼라는 피해 여성은 “당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 친구로부터 자신의 모습이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당황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바스케스 판사의 재판 기각은 제니퍼의 고통을 한층 가중시켰다. 제니퍼는 “이번 판결은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거리에서 당신을 몰래 촬영해 포르노 사이트에 올리고 그를 이용해 돈을 벌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메이의 아나 가르시아는 이번 판결이 몰래 카메라 범인들에게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기본권에 관한 한 공공장소에서 촬영됐다는 이유만으로 몰래 카메라 영상 배포가 범죄가 아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판결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는 물론 온라인 상에서도 #마루샤이나의 정의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항의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장관이 바스케스 판사의 판결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남녀의 동등한 권리는 최근 스페인에서 좌파와 우파 간에 격렬한 논쟁의 주제가 되어 왔으며, 여성 단체들은 사법부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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