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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아프간 대통령, 車 4대에 현금 싣고 도피… “국민 버렸다” 비난 봇물

입력 2021-08-17 03:00업데이트 2021-08-1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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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불 장악하자 헬기로 탈출
현금 무거워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 “더 큰 유혈사태 막기 위한 선택” 변명
부인-측근 함께 인접 우즈베크 간 듯… 美서 박사학위-세계은행서도 근무
2014년 대통령 당선… 재선 성공, 前외교장관 “신이 책임을 물을 것”
駐인도 아프간 대사관 ‘분노의 트윗’ 16일 주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이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오른쪽)을 비판하기 위해 올린 영문 트윗. ‘반역자’ ‘사기꾼’ 등 격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주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트위터
“알라가 반역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의 유산은 우리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를 선택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에 대한 국민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집권했던 그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하자 곧바로 대통령궁을 떠났다. 특히 이 와중에 현금 다발까지 챙겨 도피했다는 보도가 나와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인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16일 트위터에 가니를 격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대사관 측은 트윗에서 “가니가 나라를 망쳐놓고 사기꾼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 이런 자를 위해 일한 우리 모두 수치심에 떨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또한 그가 탈출 당시 현금으로 가득한 차량 4대를 대동하고 탈출용 헬리콥터가 있는 곳까지 갔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모든 차량에 현금이 가득했다. 가니 측이 이 돈을 탈출용 헬리콥터에 실으려 했지만 (무게 때문에) 다 실을 수가 없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그가 부인, 측근과 함께 이웃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타슈켄트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만나 양국 협력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인디아투데이는 그가 당초 또 다른 인접국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로 향했지만 비행기 착륙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카불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지식 콘퍼런스(TED) 동영상 강연에서 고질적인 정정 불안으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아프간 남성의 91%가 하루에 3개 이상의 라디오 채널을 들을 정도로 세계 동향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세계로부터 버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작 자신은 16년 후 빛의 속도로 국민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암룰라 살레 부통령은 15일 트위터로 “절대 탈레반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탈레반과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대비를 이뤘다.

가니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도피는 더 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펼쳤다. 탈레반이 자신에 대한 공격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머물렀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애국자가 숨지고 카불 또한 망가졌을 것이란 궤변이다.

1949년 동부 로가르에서 태어난 가니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존스홉킨스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내자 2002년 귀국해 정계에 입문했고 재무장관 등을 지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총장으로 뽑혔던 2006년에는 유엔 사무총장 도전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14년 대통령에 올랐고 5년 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고질적인 부정부패, 종족 갈등 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가니의 해외 도피 직후 곧바로 그를 ‘전 대통령’으로 칭하며 “신이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것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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