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비명 가득한 카불 공항…달리는 비행기에 매달려 탈출 시도

조종엽 기자 입력 2021-08-16 20:34수정 2021-08-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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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출처 @CastleFranchico 트위터.


‘미국 공군(U.S. 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백 명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미군 아파치 헬기는 이들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15, 16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은 탈레반이 점령한 수도를 탈출하려는 이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지옥도를 방불케했다. 고함과 비명, 총성이 가득한 어둑한 공항을 아이를 들쳐 멘 어머니와 아내를 감싸 안은 남편이 뛰었다. 수천 명이 이리 저리 뛰면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람들은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절망과 슬픔과 공포의 현장”이라고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이륙한 비행기에서 물체 2개가 떨어지는 장면도 담겼다. 영상에는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붙잡고 있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람이 적어도 2명”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앞서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사람들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비행기가 미군 수송기인지, 물체가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은 종일 총성이 들렸다고 CNN은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한 영상에는 ‘드르륵’하고 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공항으로 뛰는 모습이 담긴 모습이 담겼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와중에 미처 타지 못한 이들이 탑승 계단에 매달린 영상도 있었다. 트위터에는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 때 벌어진 ‘필사의 탈출’ 모습과 꼭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미 국무부는 15일 미군이 공항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과 달리 시민들이 빠져나간 카불 도심은 유령도시가 됐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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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출처 @MarwadiClub 트위터.
로이터 통신은 미군이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는 가운데 혼란 속에서 5명이 사망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16일 전했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관리는 “미 외교관과 대사관을 철수시킬 예정이었던 군용기에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을 막는 과정에서 미군이 공중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이들이 총에 맞았는지, 군중에 깔려 죽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공항 출입구 근처로 보이는 곳에 여러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16일 공항 당국은 민항기가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터키항공 보잉777기가 이날 오후 1시 15분 카불 공항을 출발했고, C-17 수송기 등 미 군용기가 여러 대 이륙했다고 미 CNN은 보도했다. 밴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부 영국인을 탈출시키는데 실패했다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CNN은 전했다.

탈레반은 공항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탈레반은 “민간인에게 복수는 없을 것”이라며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이나 국제 NGO단체에 협력한 이들이 적지 않아 탈레반에 처단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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