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품” vs “미성년에 악영향” 美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

유재동 뉴욕 특파원 입력 2021-07-22 03:00수정 2021-07-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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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올해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 뒤로 대형 마리화나 모형이 보인다. 진 출처 뉴욕시 캐너비스 퍼레이드 페이스북
유재동 뉴욕 특파원
《“스모크, 스모크!” 13일(현지 시간) 낮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워싱턴스퀘어파크. 이 공원 서편에서 흑인 남성인 마약 딜러 A 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기자에게 접근해 “여기 와서 물건을 보라”고 손짓했다.“얼마에 팔겠냐”고 묻자 “얼마나 필요하냐. 여기 앉아 봐라”고 재촉했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니 A 씨는 대마초 잎을 손마디 크기로 포장한 걸 보여주며 “하나에 10달러”라고 했다. 옆에서 또 다른 마약상이 기자에게 접근하자 A 씨는 “저리 가라. 내가 (이 고객을) 맡았다”며 소리쳤다. 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져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급히 자리를 피했다. A 씨는 멀리서 눈을 부라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을 외쳤다.》

이 공원은 뉴욕에서 마약 거래와 흡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밤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들고 각종 시위와 소음, 강력범죄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얼마 전부터 경찰들이 공원 내 곳곳에 배치됐다. 이날도 공원 곳곳에서는 마리화나 연기와 냄새가 코끝을 쉴 새 없이 찔렀다.

하지만 경찰들은 마약상의 이런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 바로 옆에서 버젓이 마리화나를 태우던 남성 C 씨는 길을 가던 기자에게 “저쪽은 가지 마라. 길이 막혀 있다”고 했다.

기호품이 된 마리화나

뉴욕주는 올 4월부터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을 합법화했다. 그 전에는 의사의 확인서가 필요한 의료용 마리화나만 복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 성인이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흡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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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공식 판매점을 허가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A 씨같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마약상과의 거래는 당연히 불법이다. 일반 공원에서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그러나 최근 뉴욕 곳곳에서는 이날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보듯 거리낌 없이 마약을 즐기거나 거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경찰 등 사법당국도 이런 암거래를 더는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이처럼 마리화나가 미국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주 찾은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마리화나 제품 판매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변에 있는 이 가게에는 마리화나를 뜻하는 ‘위드(weed)’란 단어가 버젓이 상호명에 적혀 있었다. 각종 마약 성분이 담겼다는 캔디, 젤리, 캐러멜, 음료수 등이 잔뜩 전시된 이곳은 신분증을 통해 21세 이상이라는 것만 입증하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제품들의 가격은 꽤 비쌌다. 조그만 막대사탕이나 젤리 하나에 5달러가 넘고, 마약 성분이 좀 더 진하다고 표시된 ‘상품’은 작은 것도 10∼20달러를 호가했다. 취재를 위해 점원에게 “좋을 걸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기자의 마약 경험을 묻더니 “만약 처음이라면 순한 걸로 시작하는 게 좋다”며 여러 상품을 권했다. 기자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마리화나는 중독이 안 되니 안심하라. 어른만 되면 술 사듯이 살 수 있는 것이고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거듭 권유했다.

이 가게에선 마리화나가 함유된 제품들을 디저트나 음료수 형태로 팔고 있는데, 마약 성분이 법으로 정해진 소량만 들어있을 경우 합법화 이전에도 판매가 허용돼 왔다. 이전에는 이런 가게를 꺼리는 주민이나 관광객이 많았지만 합법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에는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져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맨해튼 거리 곳곳에는 ‘마리화나 사탕’ 등을 파는 푸드트럭과 버스 등도 다닌다. 이런 차량의 외관은 마약에 관한 단어와 이미지로 거의 도배가 돼 있다. 어린이들에게도 쉽게 노출되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즘에는 굳이 타임스스퀘어나 해수욕장 등의 관광지를 안 가도 길거리 곳곳에서 종이로 대마초를 말아 피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다. 각종 암과 뇌전증, 치매 등의 치료에 필요하다는 의사의 확인을 받고 전용 카드를 발급받으면 가게에서 살 수 있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메드멘(MedMen)이란 점포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온라인으로 의사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가 안내돼 있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마리화나 사탕을 파는 버스가 거리를 지나고 있다(위 사진). 이 지역 곳곳에서는 마리화나 제품 판매점도 흔히 볼 수 있다(아래 사진). 성인이면 입장할 수 있는 이 가게는 마약 성분을 담은 사탕과 음료 등을 일반인에게 판매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수·일자리 노리는 주정부
뉴욕주는 최근 마리화나 합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로 처벌돼 왔고 이들 대부분이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간 마리화나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이 유색인종에게 집중됐기에 합법화가 이들의 사회 재적응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합법화의 진짜 이유를 ‘돈’에서 찾는다. 마리화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세금을 더 걷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회복을 꾀하겠다는 속내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 주정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재정 상태가 극히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마약이나 도박 등 유흥업종을 통한 세원 확대를 모색해 왔다. 전문가들은 대마초 합법화로 뉴욕주가 연간 3억5000만 달러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이를 이용한 새로운 산업도 등장했다. 최근 매사추세츠주에서는 마리화나를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워싱턴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을 맞으러 오는 사람에게 마리화나 한 개비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연방정부에서도 합법화 논의가 활발하다. 뉴욕이 지역구인 집권 민주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4일 마리화나 사용을 범죄화하지 않고, 기존 관련 유죄 판결까지 삭제하는 법안을 동료들과 공동 발의했다. 작년 12월에 하원이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도 행동에 나섰다.


커지는 부작용 우려

마리화나의 폐해와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합법화를 밀어붙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성인을 상대로 한 합법화가 미성년자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리화나 구입이 현재보다 쉬워지면 미성년자 마약 중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이들은 기호용 마리화나 흡입이 자유로운 일부 주에서 합법화 후 교통사고 발생 건수, 과다 흡입으로 인한 정신질환 등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를 대며 ‘속도 조절’을 촉구한다. 야당인 공화당에도 민주당에 비해 마리화나 합법화에 미온적인 의원이 대부분이어서 법안의 상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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