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좌초 책임 어디?…천문학적 손실 놓고 조사 본격 착수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30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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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6일째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29일 예인선과 준설기 등을 동원한 끝에 선체 부양에 성공했다. 수에즈=AFP
23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6일째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29일 예인선과 준설기 등을 동원한 끝에 선체 부양에 성공했다. 수에즈=AFP
6일간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으며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던 에버 기븐에 대한 정상화 작업이 성공을 거뒀지만, 이제 관심은 좌초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로 몰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에버 기븐의 좌초 원인이 40노트의 강풍 때문이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오사마 라비 이집트 수에즈운하청(SCA)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가 기상악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이며 인적·기술적 오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은 에버 기븐에 승선했던 두 이집트 운하 도선사(pilot)의 작업 내용과 선장과의 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론 의사소통 문제, 도선사와 선장의 조정 경험, 운하 통행 시 어려움 등이다.

SCA 소속의 도선사는 “에버기븐에 탑승한 두 도선사는 모두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다”며 “그들은 이 배를 인도할 수 있는 경험과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운하를 통과하는 일은 더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의 선박들은 1990년대보다 훨씬 더 크고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한다고 지적했다.

도선사는 “오늘날의 배들은 예전보다 더 커져서 강풍이 이런 종류의 대형 선박에 영향을 주는 일은 흔하다”고 며 “바람이 30~40노트를 넘으면 배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선사들이 전에도 에버 기븐에 탐승해 운하를 안내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날씨 조건에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도선사들은 실제로 선박을 조종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선박 조종 방법이나 어떤 항로를 이용할 것인지 조언을 하기 위해 운하에 대한 경험과 실제 지식을 제공한다.

도선사는 “배를 지휘할 유일한 책임자는 선장이다”며 “도선사들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선장은 그것을 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해양법에 따르면 선장은 항상 함교에 있어야 하며 도선사의 의견을 고려해 도선사와 엔진, 예인선에 명령을 내려야 한다.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해양 전문가 그룹의 그레고리 타이로스키 선장은 에버 기븐의 좌초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기엔 이르지만 “에버 기븐에 탑승한 SCA 도선사 등 개인에게 부여된 책임을 나타내는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이집트 법은 도선사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더라도 도선사가 선박을 감시하는 동안 어떠한 피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코이 선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에 게재하는 컨테이너선의 수석 엔지니어인 마크 필립 로릴라는 불공평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전 세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모든 책임은 선박을 향하고 있다”며 “이는 선주와 보험사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에즈 운하 운영 차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막대하고 손실에 대한 보험금 지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밝혀 줄 이번 조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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