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불태우고, 쇼핑몰에서 상품 삭제…中서 커지는 ‘불매운동’,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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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에 우려를 표한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과 미국 나이키가 중국인의 대대적인 불매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중국인은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애국 소비’를 주장하고 있다.

25일 웨이보 등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나이키 운동화 여러 켤레가 동시에 불타는 15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나이키는 이날 한때 웨이보의 인기검색 1위에도 올랐다. 일부 시민은 나이키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나이키 모델로 활동 중인 유명 여배우 탄쑹윈(譚松韻·31)과 가수 왕이보(王一博·24)는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왕이보는 “중국을 오염시키는 어떤 말과 행동도 단호히 배격한다. 조국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M의 상황도 비슷하다. 텐마오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H&M 상품이 속속 삭제됐다. 유명 지도 앱 가오더(高德)에서도 H&M의 위치 정보가 사라졌다.

나이키와 H&M는 하루 전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의 강제 노역 등을 우려하며 이 지역 의류 제조업체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산주의청년혁명단(공청단) 측은 곧바로 “거짓 소문을 퍼뜨리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 하는 것은 허황된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서구 언론은 공청단 등 정부 유관단체들이 일부 중국인의 중화주의와 과도한 애국심을 부추겨 미국 등 서방과 대응하기 위한 내부 결집을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소매 애국주의(retail nationalism)’를 이용해 다국적 기업이 중국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즐긴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여론을 통한 조직적 공격은 서방의 신장위구르 제재에 대항하는 중국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가세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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