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펠로시 “그는 명백한 국가위험” 탄핵안 서명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1-15 03:00수정 2021-01-1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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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탄핵 표결 당시 ‘상복패션’ 재현… 시위대가 탈취했던 연설대서 발언
트럼프, 작년 국정연설때 악수 거부… 펠로시 원고 찢자 트럼프 “미친 낸시”
저승사자처럼… 검은색 ‘탄핵 드레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원피스와 금목걸이를 착용한 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주재하고 있다(왼쪽 사진). 펠로시 의장은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을 때도 동일한 옷에 입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곤봉 브로치를 달았다. 이는 대통령 탄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장례식 같은 엄숙함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워싱턴=AP 뉴시스
“우리가 함께 떠받치고 있는 것들을 허물려고 작정한 사람.”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국가의 명백한 위험.”

“(국회의사당 난입) 시위대에 ‘악착같이 싸우라’고 부르짖은 대통령.”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말로 탄핵안 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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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은 평소 ‘트럼프 저격수’로 불렸다. 2018년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며 트럼프 행정부와 사사건건 각을 세웠던 그는 2019년 12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주도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의회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이 건넨 악수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무리할 때 그의 연설 원고를 찢어버렸는데 이 장면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그를 ‘미친 낸시’라 불렀고 ‘비난 트윗’도 자주 올렸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난 뒤에는 “이것(대통령 탄핵)이 우리나라에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알기에 슬프고 비통한 심정으로 탄핵안에 서명하겠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2번째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이날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기 전 그는 “탄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나는 전혀 기쁘지 않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신성한 의회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의 마음도 찢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했는지 답해 달라”며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탄핵됐을 때도 일부 의원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곧바로 주의를 주면서 “오늘은 헌법을 위해선 위대한 날이지만 미국을 위해선 슬픈 날”이라고 했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옷차림도 화제가 됐다. 그가 입은 검은색 원피스 정장이 마치 상복(喪服)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 보좌진은 이 옷이 2019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을 때 입은 것과 같은 옷이라고 언론에 확인해 줬다. 대통령 탄핵까지 불러 온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조종(弔鐘)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탄핵안 가결 뒤 펠로시 의장이 기자회견을 할 때 사용한 연설대도 관심을 끌었다. 6일 의회에 난입한 시위대 중 한 명이 펠로시 의장의 집무실에서 들고 나갔던 연설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애덤 존슨이라는 30대 남성은 의장 집무실에서 연설대를 들고 나가면서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연설대 남자(podium guy)’로 불린 이 남성은 플로리다주에서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펠로시 의장이 굳이 이 연설대를 사용한 것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탄핵의 의미와 정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미국 언론들이 내놓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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