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했으면 살았을 아이들”…英 ‘출산 스캔들’ 보고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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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무리한 자연분만 유도가 문제
아기 잃은 산모 비난으로 슬픔 배가시켜
"의료계 긴급하고 대대적인 변화 필요"

영국 최대 규모의 ‘출산 스캔들’ 보고서가 10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보고서는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의료진’ ‘불친절한 산부인과 직원’ ‘진통 시간을 줄이기 위한 약물 투여’ 등이 수백명의 산모와 아기의 목숨을 위협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ITV 방송 등은 이날 슈롭셔주(州) 슈루즈베리와 텔퍼드 지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출산 관련 보고서를 보도하며 “NHS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출산 관련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슈루즈베리·텔퍼드 NHS는 “2000~2019년 동안 우리 지역에서 1862건의 출산 관련 사고가 벌어졌다”며 “이중 약 250건의 사산, 신생아 사망, 산모 사망을 집중 조사해 중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는 산모들의 다양한 증언과 트라우마 사례 등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2009년 자연분만 도중 딸을 사산한 한 여성은 “여성들은 진통과 출산 과정에서 자신과 아기에게 직면한 위험을 잘 알지 못한다”며 “모든 사람은 충분한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 (출산 관련)정보는 개방적이고,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말했다.

2014년 출산한 딸을 생후 32시간 만에 잃은 여성은 “예정일보다 10주나 빠르게 진통이 시작됐으나 의료진은 특별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아기는 직원들이 검사를 실시하기 전 45분 동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보고서는 ▲산부인과 직원들의 황당한 수준의 불친절과 이해심 부족 ▲산모와 가족의 우려를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 ▲태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의료진 ▲태아 심박 검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반복적인 오류 ▲진통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옥시토신 투여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왕절개를 기피하는 의료진 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팀을 이끈 도나 오켄든은 “특히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들의 비율을 낮추고자 하는 의료진으로 인한 문제가 많았다”며 “몇몇 산모의 경우 제왕절개로 분만을 서둘렀다면 사망과 부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모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도 괴로움을 야기했다. 아기를 잃은 산모를 비난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는 그들의 슬픔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했다.

오켄든은 영국 의료계의 긴급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NHS의 이번 조사는 2018년 출산 과정에서 아기를 잃은 두 가족이 출산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인 뒤 착수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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