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1… 선거뒤 폭력사태 확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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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D―1]
“승자 안가려진채 개표 지연땐 양 진영 지지자들 충돌 가능성”
총기 위협에 유세 취소하기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부촌인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한 백화점 외관에 가림막이 설치되고 있다. 
이날 미국 주요 백화점과 상점들은 3일 미 대선 이후 결과 불복에 따른 소요 사태에 대비해 가림막 설치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베벌리힐스=AP 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부촌인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한 백화점 외관에 가림막이 설치되고 있다. 이날 미국 주요 백화점과 상점들은 3일 미 대선 이후 결과 불복에 따른 소요 사태에 대비해 가림막 설치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베벌리힐스=AP 뉴시스
미국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을 전후해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표 지연 시 ‘내전’에 준하는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총기로 무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 버스를 포위한 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민주당은 당초 오스틴 인근에서 열기로 한 유세를 취소했다. 31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대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시위대를 향해 차도 행진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여러 명을 연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 “대선을 앞두고 긴장감이 팽팽한 시점에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며 “승자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표가 지연될 경우 더욱 그렇다”고 전망했다.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31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미시간주 플린트와 디트로이트에서 동반 유세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에서만 4곳을 돌며 강행군을 펼쳤다.

▼ 상점가 가림막 설치… 사설 대피소도 등장 ▼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H스트리트 앞. 대형 건물의 상점 입구와 유리창들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이후 5개월여 만에 다시 등장한 을씨년스러운 광경이었다. 건물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플로이드 사망 당시 붙였던 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붙인 것”이라며 “대선 후 시위가 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 사회에는 폭력 사태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흉흉한 전망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콜로라도주 등지에는 대규모 폭동 사태에 대비한 사설 대피소가 등장했다. 은퇴한 공군 출신 민간인이 만든 이 대피소에 수십 명이 1000달러의 비용을 내고 사용 신청을 했을 정도다.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지난달 대선 관련 폭동 가능성에 “폭력적인 극단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은 전례 없이 치명적”이라며 “이들은 폭력과 죽음, 파괴를 통해 미국 내의 이데올로기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텍사스주 지역방송인 KXAN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총기를 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탄 6, 7대의 차량이 고속도로 위에서 민주당 유세 버스를 에워싸고 이를 멈춰 세우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텍사스를 사랑한다!(I LOVE TEXAS!)”라고 적어 폭력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대표적 우파 논객인 글렌 벡은 “좌파들이 대선 일에 소요를 일으키기 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는 무장한 우파 단체 멤버들이 선거일 당일에 우편투표 용지 수거함 주위에 출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극좌파 단체들도 맞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총기 구매 수요가 급증하며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3∼9월 총기 판매량은 1510만 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어났다. 피츠버그의 총기상 운영자인 네이트 거하임 씨(33)는 “모두가 (총기를) 사들이는 ‘퍼펙트스톰’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대선#선거#폭력사태#확산#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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