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경매의 대가’ 밀그럼-윌슨 美스탠퍼드대 교수 공동 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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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출처=노벨위원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출처=노벨위원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경매의 대가’로 알려진 폴 밀그럼(72), 로버트 윌슨(83) 미국 스탠퍼드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두 사람이 고안한 경매 이론은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라디오 주파수 경매를 비롯해 천연가스 경매, 항공기 이·착륙 권리 경매 등 많은 국가가 도입한 경매 방식에 폭넓게 활용됐다. 이로써 노벨경제학상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미국인 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두 사람은 경매 이론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매 방식을 고안했다”며 “이들이 개발한 경매 방식은 전 세계 구매자와 판매자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피터 프레드릭슨 노벨경제학상위원회 위원장은 “경매는 집을 구매할 때 등 어디서든 벌어지며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며 “이들이 고안한 경매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활용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탠턴드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윌슨 교수는 1960년대부터 어떻게 하면 과도하게 많은 가격을 지불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경매 참여자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지를 연구해왔다. 미시건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인문과학대 교수로 있는 밀그럼 교수 또한 1980년대 초부터 경매 이론을 연구했다.

이들은 경매 이론 연구를 바탕으로 1993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경매에 활용된 ‘동시 다중 라운드 경매’ 방식을 고안했다. 이는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 일반 경매 방식과 달리 여러 단계의 입찰 과정을 거치면서 입찰자들이 가격을 써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입찰자는 과도한 가격에 낙찰받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밀그롬 교수에게 수학한 제자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밀그럼 교수는 1980년대 첨단 학문이던 정보경제학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냈고 이를 대리인이론, 기업이론, 경매이론 등으로 발전시켰다”며 “스승인 비크리 교수가 사망한 뒤 경매 이론 분야에서 독보적인 학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 교수는 “밀그럼의 경매 이론은 미국,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의 통신 주파수 할당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됐다.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4년 연속으로 미국인 경제학자를 수상자로 선정한 노벨위원회는 ‘미국인이 계속 상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에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경제학이 아닌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미국 국적이 아닌 수상자들이 많다”고 했다.

밀그럼 교수는 스승인 윌리엄 비크리 교수가 199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직후 사망해 그를 대신해 수상한 적이 있다. 24년 만에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윌슨 교수는 수상 직후 현지 기자들과 전화 회견에서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묻는 말에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와중에 딱히 쓸 곳이 없다. 다른 시기를 위해 저축해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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