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앞 피격’ 흑인男 어머니, “폭력·파괴 멈춰달라”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1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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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시에서는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을 향해 총격을 가해 중태에 빠뜨렸다(트위터 영상 갈무리).© 뉴스1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시에서는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을 향해 총격을 가해 중태에 빠뜨렸다(트위터 영상 갈무리).© 뉴스1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미국 흑인 남성의 가족이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폭력과 파괴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무장 상태였던 제이컵 블레이크(29)는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7발의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는 현재 하반신 마비 상태로 다시는 걷지 못할 수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오고 있다.

블레이크의 가족과 변호인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블레이크의 치료 상태와 이번 사건에 대한 가족들의 입장을 알렸다. 블레이크의 어머니 줄리아 잭슨은 “아들은 사건 후 나에게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많은 파괴의 흔적을 봤다”며 “아들 제이컵이 이런 폭력과 파괴에 대해 알았다면 매우 슬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격 사건 이후 밤마다 시위가 폭력적인 성향을 띠며 폭동과 방화가 벌어지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잭슨은 “우리는 힐링이 필요하다. 이 나라의 힐링을 위해 기도해왔다”고 강조했다.

블레이크의 아버지 제이컵 블레이크 시니어는 “경찰들은 내 아들이 하나도 소중하지 않다는 듯이 그에게 일곱 번이나 총을 쐈다”며 “그러나 내 아들은 소중하다”고 분노했다. 그는 “경찰의 몰지각한 살해 시도에 우리 아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블레이크의 변호인 벤 크럼프와 패트릭 살비는 블레이크의 상태가 불구가 걱정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총알이 척추를 관통했고 장기도 다수 손상을 입었다”며 “그가 걸을 수 있게 되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동조 시위가 이어지는 등 주요 도시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민주당)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커노샤에 배치된 주 방위군 숫자를 두 배 늘렸다. 에버스 주지사는 “우리는 조직적인 인종차별과 불의가 계속되는 것을 허용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파괴의 길로 접어들게 놔둘 수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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