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체포된 핑궈일보 “계속 싸울 것” 홍콩시민들 “백지라도 산다” 완판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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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 주가 장중 344% 오르기도… 美, 홍콩제품에 ‘중국산’ 표기 압박

홍콩 민주화운동 주역 또 체포 아그네스 차우가 10일 밤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경찰 차량에 실려 가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민주화운동 주역 또 체포 아그네스 차우가 10일 밤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경찰 차량에 실려 가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11일 홍콩의 대표 반중매체 핑궈(빈果)일보가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미 라이 창업주(72) 사건에 반발해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시민들은 핑궈일보를 대거 구매하고 모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응원에 나섰다.

이날 핑궈일보 1면에는 전날 경찰에 체포되는 라이 창업주의 사진과 “핑궈일보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제목이 달렸다. 이 매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통 매일 10만 부를 인쇄하지만 오늘 50만 부 이상을 인쇄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앞다퉈 핑궈일보를 사는 바람에 50만 부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이나 길거리 판매대에서는 이 신문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젊은층은 소셜미디어에 핑궈일보 구입 ‘인증샷’을 속속 올렸다. 일부 편의점 및 식당 주인은 100∼200부씩 대량 구매한 후 무료로 나눠줬다. 반중파 입법회(국회)의원이자 2014년 민주화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시우카춘(邵家臻·50)은 가상으로 만든 1면 백지 핑궈일보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핑궈일보가 백지로 나오더라도 나는 신문을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신문이라도 살 것” 홍콩 민주파 국회의원인 시우카춘은 “백지 핑궈일보라도 사겠다”라는 의미로 가상의 백지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시우카춘 페이스북
“백지신문이라도 살 것” 홍콩 민주파 국회의원인 시우카춘은 “백지 핑궈일보라도 사겠다”라는 의미로 가상의 백지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시우카춘 페이스북
블룸버그뉴스 등은 10일 핑궈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이 홍콩 증시에서 전일 대비183%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고 전했다. 장중 한때 344%까지 올랐으며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11일에도 전일 대비 약 331% 상승한 1.1홍콩달러(약 168원)로 마감했다. 지난주 0.09홍콩달러에 그쳤던 가격이 불과 2거래일 만에 10배 이상으로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방위적인 중국 압박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 먹었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을 공산당이 지배하는 또 다른 도시로 취급한다면 미국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이날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기준을 강화해 사실상 제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 상무부는 다음 달 25일부터 홍콩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표기를 붙이기로 했다. 홍콩 제품이 ‘중국산’ 표기를 하지 않으면 해당 물건이 미국 항구 등에 도착하는 즉시 약 10%의 징벌적 관세를 물어야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이 그간 중국산 제품의 ‘재수출 항구’로 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의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풀이했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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