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예산 놓고 美의회 ‘진통’…워싱턴에 또 다시 ‘셧다운’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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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2020년도 예산 관련법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놓고 정부와 야당이 대립하면서 연말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 행정부의 예산 관련 법안은 당초 처리 시한인 9월 30일을 넘기면서 단기지출 승인(CR) 형식으로 임시변통해 연장하고 있다. 벌써 두 번째인 단기지출 승인안의 시한(12월 20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또 다시 단기지출 방식으로 연장하거나 예산 관련법공백으로 셧다운이 불가피해진다. 현재의 예산 책정 시스템을 채택한 1980년 이후 셧다운은 10차례 있었다.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발생한 셧다운은 35일이나 지속돼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현재 여야는 1조3700억 달러(약 1620조 원)에 달하는 2020회계연도 예산을 12개 법안에 배분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최대 66억 달러의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전용해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문제 삼으며 이런 방식의 전용을 막을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남부 국경장벽 건설을 더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다. 2020회계연도에는 86억 달러의 국경장벽 예산을 요청했다.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 조사도 변수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붙이려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회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을 현 2만8500명 수준 이하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국방수권법(NDAA) 법안도 이런 상황에서 최종 처리되지 못한 채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방수권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방예산을 전용한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상하원이 모두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는데도 법안 자체는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 의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9월 30일자로 종료된 2019회계연도 법이 준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명시된 주한미군의 감축 제한 규모는 2만2000명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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