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닥치지도 않은 플로리다 허리케인 걱정…차별적 재난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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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플로리다 구하기.’

초강력 4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인 재난대응책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리안이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남기자 “허리케인 또 왔네. 지난해 왔을 때 의회가 사상 최고액 92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라는 트윗을 올렸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재난기금을 염치없이 가져갔다며 빈정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해 허리케인 마리아가 덮쳤을 때는 아예 “가난하고 지저분한 곳”이라며 푸에르토리코를 대놓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 도리안이 미국 본토 플로리다주를 향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 10여개의 리조트와 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기상전문가도 아니면서 “플로리다 주민들은 내륙 쪽으로 이동하라”는 즉흥 권고를 내리고 자신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는 “끄덕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또 예정됐던 폴란드 방문 일정까지 취소했고 의회에 “플로리다 재난대응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아직 닥치지도 않은 허리케인을 걱정을 했다.

이달 1일 도리안이 막판에 조지아 및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방향을 틀자 대통령의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원래 캠프데이비드에서 전문가들과 허리케인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대신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을 타고 버지니아 주로 골프를 치러 갔다.

MSNBC는 이날 “똑같은 도리안인데 푸에르토리코는 비난하고 플로리다는 걱정한다”며 대통령의 ‘두 얼굴’을 지적했다. 플로리다는 대통령 소유의 부동산이 많을 뿐 아니라 역대 대선에서 판세를 좌우한 핵심 경합주라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논리다. 미국의 속령인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 선거권이 없다. 때문에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대통령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부담 덩어리’가 됐다고 MSNCB는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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