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주지사 ‘채팅 스캔들’ 일파만파…사퇴 요구 최대 규모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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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시위대로 가득 찼다. 뉴욕타임즈(NYT) 등 외신은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리카르도 로셀로의 퇴진을 외치며 수도 산후안을 점령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시위 참가자를 약 50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인구 320만의 섬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시위다. 시위대는 버스는 물론, 심지어는 미국 본토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와 산후안 도심에 모였다.

이날 시위대는 도심 주요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리키, 사퇴하라, 사람들은 당신을 거부한다!(Ricky, renuncia, el pueblo te repudia!)”라고 외쳤다. 시위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졌고 경찰은 주지사의 대저택 앞에 모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NYT는 이번 시위가 “푸에리토리코 정치적 혼돈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2일 대규모시위는 이번 시위는 최근 주지사가 보좌진과 주고받은 음란, 퇴폐성 내용으로 가득한 메신저 내용이 유출된 지 10일 만이다. 푸에르토리코의 탐사보도센터는 13일 주지사가 보좌진, 지인 등 남성 11명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899페이지 분량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지자는 물론 빈곤층, 게이 팝스타, 여러 여성들을 조롱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심지어는 허리캐인의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내용도 있었다.

로셀로 주지사는 이후 대화내용 공개 이후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주지사로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퇴를 요구하는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대규모 시위 이후 로셀로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신진보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며 2020년 재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시위 진압에 나섰으나 “(주지사) 사임의사는 없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혔다. 현지 언론은 사퇴를 요구하는 대중의 시위가 장기화되며 로셀로 주지사는 당내에서 뿐 아니라 정치 유력 인사들로부터도 고립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푸에르토리코에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리더십이 있다”라고 말하며 시위대에 힘을 실었다. 푸에르토리코 언론 엘 누에보 디아는 이날 이례적으로 1면에 “주지사여, 푸에르토 리코는 당신의 사임을 원한다”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시위가 푸에르토리코의 오랜 경기침체, 빈곤, 부패 등에 대한 대중에 분노가 뒤섞여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지만 의회, 대통령 선거권이 없다. 또 고질적인 실업,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부패문제까지 더해져 대중의 정치 불신이 뿌리 깊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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