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쿠르디’ 충격…아빠 목에 팔 두른 채 숨진 두살 여아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6월 26일 11시 40분


코멘트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아버지와 함께 익사한 두 살짜리 여아의 사진이 공개돼 국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15년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알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사진은 ‘미국 판 쿠르디’라고도 불리고 있다.

【마타모로스=AP/뉴시스】미국과 접경지인 멕시코 마타모로스 강가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24일(현지시간) 2세 여아와 20대 아빠가 미국으로 가기위해 강물을 건너려다 시신으로 발견된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마타모로스=AP/뉴시스】미국과 접경지인 멕시코 마타모로스 강가에서 경찰과 주민들이 24일(현지시간) 2세 여아와 20대 아빠가 미국으로 가기위해 강물을 건너려다 시신으로 발견된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찍은 사진으로, 사진 속 주인공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다.

사진 속 아이는 가슴께까지 말려 올라간 아버지의 티셔츠에 함께 몸을 넣은 상태로, 한 쪽 팔은 아버지의 목을 감고 있다.

이들 부녀의 시신은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르스 강 인근에서 발견됐다.

라미레스는 당초 딸을 데리고 강을 건너 미국 쪽 강둑에 도착했고, 이후 멕시코 쪽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려고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혼자 남게 된 발레리아가 아버지를 따라 강에 뛰어 들었다.

이에 라미레스는 딸에게 다가가 가까스로 딸을 붙들고 자신의 티셔츠 안에 품었으나, 급류에 쓸려가면서 결국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신문들은 “이 사진이 미국의 이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한다”면서도 이 사진을 지난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배기 꼬마 알란 쿠르디와 비교하며 추모했다.

알란은 4년 전인 2015년 9월 2일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쿠르디 가족은 다른 난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에개해를 건너던 중 보트가 침몰해 알란과 어머니, 형이 숨졌다.

마치 잠자듯 엎드린 채 숨진 세 살 아이의 싸늘한 주검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고,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