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한 소도시에서 600명 넘는 어린이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무더기로 감염돼 보건당국을 당혹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州)의 소도시 라토데로에서 6주간 주민 2만6000명의 HIV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어린이의 수가 623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보도했다. 2~5세 연령(419명)이 대부분이었다.
WSJ은 어린이의 부모는 성매매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에다 대부분 HIV 음성 판정자로 이번 사건을 전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검사 전까지 파키스탄의 어린이 HIV 감염자 수는 1000여 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오염된 주사기를 재사용해 HIV를 감염시킨 지역의 소아과 의사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나 이번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측은 의사 한 명에게 HIV 집단 발발의 모든 책임을 묻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마리얌 유누스 파키스탄 WHO 대변인은 “정확한 원인을 확언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태는 파키스탄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인근 지역으로도 HIV 검사를 확대하고 있어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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