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의 끝없는 몰락… 보석 한달 만에 다시 체포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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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검찰 “오만 대리점 지원자금 일부… 개인 보트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
11일 회견 예고했던 곤 前회장측 “이해못할 자의적 조치” 반발

3일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가운데)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일본 도쿄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하루 뒤 곤 전 회장은 도쿄지검에 4번째로 체포됐다. 도쿄=AP 뉴시스
3일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가운데)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일본 도쿄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하루 뒤 곤 전 회장은 도쿄지검에 4번째로 체포됐다. 도쿄=AP 뉴시스
보석금을 내고 지난달 6일 석방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을 일본 검찰이 4일 특별배임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또다시 체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곤 전 회장 체포는 이번이 네 번째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이 중동 오만의 판매 대리점에 지원된 닛산 자금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적용했다. 곤 전 회장이 2012∼2018년 닛산의 기밀비(機密費) 38억 엔(약 387억 원)을 오만 대리점에 송금했는데, 그 자금 중 일부를 곤 전 회장이 개인 보트 구입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 측은 “오랜 시간 지급해 온 정당한 장려금으로 개인 보트 구입 등과 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검찰이 다시 체포한 것을 두고 “상도를 벗어난 것으로 자의적이다”라고 항의했다.

앞서 3일 그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 11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체포로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의 몰락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9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도쿄지검에 전격 체포됐는데, 주요 혐의는 2011∼2015년 보수를 50억 엔 줄여 신고함으로써 탈세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달 6일 10억 엔(약 100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도쿄구치소에서 풀려나기까지 108일 동안 구속돼 있었다. 검찰은 퇴임 뒤 받을 보수를 유가 증권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인에게 공금을 부정 지출해 회사법을 어겼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도쿄구치소에 지속적으로 억류돼 있었다. 도쿄구치소에서 나올 때 작업복을 입고 안경과 마스크로 위장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곤 전 회장은 닛산의 모든 직위에서 쫓겨난 상태다. 친정인 르노도 그를 버렸다. 르노는 오만의 대리점에 불투명한 지급이 있었다며 이를 프랑스 검찰 당국에 통보했다고 3일 발표했다. 최근 르노는 6월 주주총회에서 곤 전 회장이 이사직에서도 사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 부사장이었던 곤 전 회장은 1999년 르노자동차가 판매 부진 등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됐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한 곤 전 회장은 약 4200억 엔의 자산을 매각하고 전체 사원 14%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을 감축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닛산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후 19년 동안 르노닛산그룹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이처럼 카리스마를 지닌 경영자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체포되자 닛산 일본인 경영진의 쿠데타, 일본과 프랑스의 물밑 싸움 등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도쿄지검과 곤 전 회장 측의 법정 대결은 글로벌 뉴스로 떠올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카를로스#닛산자동차 회장#특별배임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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