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생 아메리카 원주민 모욕 논란 ‘확산’…학교 휴교령 등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3일 1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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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주의 고등학생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참전용사를 모욕한 사건과 관련해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틀 연속으로 학생들을 두둔하는 트윗을 올렸고, 학교 측은 상황이 격화되자 휴교령까지 내렸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코빙턴 학생들이 가짜뉴스의 상징이 됐고 그것이 얼마나 악하게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학생들은 두둔했다. 그는 전날인 21일에도 트윗을 통해 “닉 샌드먼과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 학생들이 초기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부당하게 취급 당한 것같다. 언론에 의해 (명예가)훼손된 듯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새 영상은 십대(소년)와 원주민간의 만남에 대해 언론이 잘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논란이 발생한 것은 지난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켄터키주 북부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생들과 아메리카 원주민 시위대가 서로 마주친 것이 발단이 됐다.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고교생들과 아메리칸 원주민 인권운동가들이 마주치면서 언쟁이 시작됐고, 일부 학생들이 인디언계 참전용사이자 원주민 인권운동가인 네이선 필립스(64)를 비웃으며 북을 치며 모욕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일부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장벽을 만들어라”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를 했고, 필립스는 “여기는 인디언들의 땅이므로 장벽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에는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켄터키주 코빙턴 가톨릭 교구에 모여 학생들의 사과와 양측간의 화해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은 학교주변을 에워싸며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고, 수많은 취재진 차량이 몰려들어 이를 취재하는 등 인구 4만명의 조용한 도시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학교측은 이날 휴교를 결정했고, 다음날에도 휴교령을 풀 것인지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과 살해 위협을 가하는 메시지까지 무차별적으로 올라왔고, 학교측은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코빙턴 가톨릭 교구의 홈페이지도 다운돼 마비됐다.

랜스 소토 인디언 인권운동단체인 공동위원장은 “누구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난하며 “우리는 이번 사건 이전으로 되돌아가 화해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지금은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집안에 머물러 있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외부의 독립된 제 3자 기구에 진상조사를 맡겨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교측은 조사결과에 따라 퇴학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상에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당시 학생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증폭됐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에게 학생들은 노골적인 증오와 모욕을 나타냈다”며 비난했다.

시위대간의 말 다툼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이 미국내 인종, 정치, 가짜뉴스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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