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공동성명 “WTO 개혁” 美요구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지재권 침해 방관 등 美주장 반영… 시진핑 “다자무역 유지해야” 견제

1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미국이 그동안 요구해 온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개혁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공동성명은 “(무역과 투자는) 성장, 생산성, 혁신,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엔진”이라면서도 “(다자무역) 시스템은 현재의 목적에 미달하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WTO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 다음 정상회의에서 (개혁 관련 문제의) 진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 간 국제 무역질서의 근간이 돼 온 WTO에 대한 미국의 개혁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WTO가 지식재산권 침해와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위반 행위를 방관하고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조치는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공동성명 채택은 미중 간 대결에서 미국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원치 않는 ‘보호무역의 폐해’라는 표현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는 언급은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 무역 갈등의 중심에 자리 잡은 ‘보호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어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반쪽짜리 성명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공동성명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오늘은 미국에 매우 훌륭한 날”이라며 “WTO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G20이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WTO 체제 유지를 강하게 촉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의견만 고집한다’는 뜻의 “이옌탕(一言堂)”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g20#g20 공동성명#보호무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