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멈춘 美中… ‘기술 도둑질 방지’ 사활 건 협상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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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서장원 기자
“우리는 전에 여기까진 와 본 적이 있다. 중국은 한국 멕시코 캐나다가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합의하기 위해 제시한 소소한 양보보다 약간 더 많은 걸 줄 것이다.”(폴 애슈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경제분석가)

‘90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무역전쟁 담판을 놓고 안도와 불안감이 엇갈리고 있다. 2019년 새해 벽두 무역전쟁의 파국은 막았지만 ‘중국의 구조개혁’이라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이 90일간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세계 경제에 더 큰 ‘퍼펙트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실리’ 챙기고 ‘체면’ 세운 미중 정상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와 11월 중국 베이징에 이어 1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은 무역전쟁으로 큰 내상을 입은 양측에 모두 중요한 담판이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트럼프 대통령은 ‘팜벨트’ 농부들의 분노와 증시 추락이라는 무역전쟁 청구서를 받아든 상황이었다.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약속한 시 주석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을 막는 실리를 챙기며 지지층이 등을 돌리지 않도록 체면을 살리는 돌파구로 ‘조건부 휴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을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수호하는 ‘맥시멈 리더’, ‘스트롱 맨’으로 묘사해 왔다”며 “둘 다 약한 모습을 보이길 원하지 않았으며 관계 파탄의 비난을 받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90일간 중국 구조개혁 난제 놓고 힘겨루기

시 주석은 이날 협상에서 무역 외의 새로운 선물 보따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시 주석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반입을 막아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했고,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됐던 미국 기업 퀄컴의 NXP반도체 인수 승인 여지도 열어 뒀다. 펜타닐은 약효가 헤로인의 최대 5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마취제로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공급원으로 지목해 왔다. 농산품 구매를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은 11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팜벨트’ 농가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앓던 이를 뽑아주는 조치다.

문제는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 핵심 난제인 ‘중국의 구조개혁’이 다시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해와 사이버 절도, 서비스와 농산품 개방 같은 ‘구조개혁’ 현안은 시 주석의 권력 유지 및 중국의 국가 주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중국이 농민의 반발을 불러오고 차세대 산업전략 ‘중국제조 2025’를 무력화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협상 결렬되면 내년 ‘퍼펙트스톰’ 올 수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시진핑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고위급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양측이 90일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 미국은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267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보복에 나서 사실상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중 양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 전체가 무역전쟁의 본격적인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위은지 기자
#미중 무역전쟁#무역전쟁#트럼프#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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