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흑인분장’ 구설 미국 스타 女앵커 하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8일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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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설전 벌였던 매긴 켈리
거액 이직 1년 만에 NBC 떠날 듯

“왜 핼러윈 때 백인은 ‘블랙페이스’(Blackface·흑인 분장)를 하지 않는 거죠.”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미국 NBC 여성 앵커 메긴 켈리(47)는 자신이 진행하던 오전 9시 프로그램 ‘메긴 켈리 투데이’에서 26일 물러났다. NBC 대변인은 이날 “‘메긴 켈리 투데이’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는 다른 앵커가 진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켈리는 프로그램에서 하자했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NBC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는 23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백인 패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블랙페이스’ 발언을 했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NBC 흑인 앵커들까지 나서 “미국에서 흑인 분장의 역사를 안다면 그런 말을 못 한다”면서 켈리를 비난했다. 과거 노예제 시절 백인이 흑인처럼 검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발라 흑인 노예를 조롱하던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켈리는 바로 다음 날 방송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미안하다”고 호소했지만 NBC 경영진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켈리는 전 직장 폭스뉴스에서 ‘더 켈리 파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2015,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여성 비하 이슈 등으로 설전을 벌여 세간의 주목과 인기를 끌었다. 켈리는 지난해 1월 2300만 달러(약 263억 원)라는 거액을 받고 NBC로 이적했다. 그러나 초대 손님을 추궁하는 듯한 켈리의 속사포식 진행 스타일은 NBC와 맞지 않아 켈리가 진행하던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 1개는 이미 폐지됐고 이번에 ‘메긴 켈리 투데이’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켈리의 진행 스타일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는 잘 맞아떨어졌지만 진보적인 NBC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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