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튀 모임’, ‘경도 모임’ 등 가볍게 모여 함께 노는 형태의 만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공원이나 한강에 모여 뛰어놀거나 간식을 나눠 먹는 단순한 모임이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경도 게임(경찰과 도둑 게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놀이 중 하나다. 경찰팀과 도둑팀으로 나뉘어 일정 시간 안에 술래잡기를 하는 방식으로,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하던 놀이가 성인들 사이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경도 콘텐츠 291만뷰·검색 6만%↑
당근마켓 ‘경도’ 검색 화면. 경도 모임 관련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일정 후기에는 “진짜 재밌었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당근마켓 갈무리
‘MZ 대통령’으로 불리는 가수 이영지도 경도 열풍에 화력을 더했다. 이영지는 제작사 에그이즈커밍과 협업해 경도 게임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참가 신청자만 10만명이 몰리며, 해당 영상은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공개된 뒤 291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관심은 플랫폼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경도’ 관련 검색량은 지난해 12월 6만 7044% 급증했으며, 커뮤니티에 등록된 모임 일정 수도 99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건강한 도파민”…11번 모임에 500명 참여
류채우 씨가 직접 주최한 경도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실제로 경찰과 도둑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 시골쥐 스레드 갈무리
서울에서 직접 경도 모임을 운영 중인 류채우 씨(27)는 “12월 초부터 모임을 열고 있는데 열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11번 정도 진행했고, 500명 넘게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처음 경도 게임에 참여했을 때 오랜만에 ‘건강한 도파민’을 느꼈다”며 “이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직접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은 얼음땡이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간단한 게임으로 몸을 푼 뒤 경도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초기 20명 안팎이던 참여 인원은 최근 30~40명 규모로 늘었으며, 주로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류 씨는 “참여자 대부분이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며 “재참여 비율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서울 중부경찰서의 제안으로 실제 경찰이 경찰 역할을 맡아 시민 40명과 함께 경도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경도 인기 이유에 대해 “숏폼이나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으로 얻는 도파민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라며 “성인이 돼서 누군가를 쫓거나 쫓기는 경험을 할 일이 거의 없는데, 그 낭만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모임과 달리 개인정보를 깊게 공유하지 않아도 되고, 가볍게 놀다 집에 가면 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고 덧붙였다. ● 골프→등산→러닝→경도…취미의 변화
코로나19 시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붐’이 일었고, 이후 등산과 러닝이 그 흐름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러닝 관련 검색량은 올해 2월 기준 1월 대비 66.3% 감소했다. 골프 수요 둔화는 소비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2025년 복종별 패션 소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골프웨어 소비액은 약 1조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감소했다. 전체 카테고리 중 이너웨어(27.6%)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 과시형 여가에서 ‘놀이형‘ 여가로
경도 모임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젊은 세대의 여가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건강·운동 요소와 놀이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비용 부담이 큰 골프, 재미가 약할 수 있는 등산, 체력 소모가 큰 러닝과 달리 경도는 달리고 쫓고 잡히는 놀이 구조 속에 운동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희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연구교수는 “경제적 압박과 성과 중심 문화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젊은 세대가 비용과 부담이 큰 과시형 여가에서 벗어나 즉각적인 즐거움과 소속감을 주는 놀이 중심 여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이 이런 변화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며 “요즘은 ‘보여주기’보다 ‘직접 즐기기’, ‘성과’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여가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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